지난해 말 현재 국내 주식투자 인구는 750여만명(전체 활동계좌수). 주식투자에 활용하는 자금규모는 120조여원. 전체 인구 가운데 6명당 1명꼴로 평균 1600여만원의 자산을 주식에 투자하는 셈이다. 가구별로는 평균 6000여만원의 돈이 주식에 몰리고 있다. 지난 1∼2년사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국내 금융환경이 직접금융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들린다. 과거 부동산·예금 등에 집중됐던 시중자금이 주식·채권 등 증권에 쏠리고 있으며 개인들의 재테크 수단도 변하고 있다. 미국식 금융구조를 닮아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금융구조의 재편」 「주식의 생활화」라는 흐름의 이면에는 정보기술(IT)이 있다. 겉으로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IT는 주식거래를 지원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또한 증시를 주도하는 업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최신 IT기술을 주식거래시스템에 접목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주식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네트워크·시스템의 고도화가 급속히 진전돼 매매체결정보의 처리용량과 속도가 크게 향상된 가운데 인터넷 보급은 주식 대중화의 불을 질렀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시간 정보공유 환경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사이버트레이딩시장의 급성장이다.
불과 1년사이 국내 사이버트레이딩 인구는 150여만명 규모로 증가했고 전체 거래규모는 세계 2위 수준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과 결합한 최신 IT기술은 주식 대중화의 촉발제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IT는 지난해 증시열풍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우사태 등으로 급랭한 투자심리를 거뜬히 녹이면서 주식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든 장본인이다.
지난해 증시의 특징은 건설·유통·제조·금융 등 전통적인 경기 관련 업종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인터넷·정보통신 등 첨단 IT업종만이 「나홀로」 인기상종가를 누렸다는 점이다. 새 천년의 선도업종으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진작에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IT업종에 대한 장밋빛 기대는 올해 증시에서도 꺾이지 않을 기세다. 증시전문가들은 디지털경제시대로 지칭되는 새 천년에 특히 IT가 인프라산업으로 날로 중요성을 더할 것이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광범위한 IT 분야 가운데서도 차세대 테마주로 지칭되는 주제는 인터넷·통신(IMT2000)·반도체·디지털방송 등이다.
우선 인터넷은 산업계는 물론 증시에서도 초미의 관심업종이다. 인터넷 종목들은 지난해 1년동안 무려 870%라는 기록적인 업종 평균 주가상승률을 보이면서 증시돌풍의 진원지가 됐다.
인터넷 주가를 둘러싼 거품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업가치 평가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말도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분위기를 끌었던 지난해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신흥증권 김관수 차장은 『올해 상반기는 인터넷주들도 매출실적·순익·회원수 등이 우수한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들의 주가가 차별화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서비스업체외에도 분야별로 특화된 솔루션을 갖춘 종목들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기업들 가운데 실적규모가 큰 삼성물산·한솔CSN, 회원수가 많은 다음커뮤니케이션·디지틀조선, 인터넷서비스 인프라가 탄탄한 데이콤·한국통신하이텔, 솔루션 제공업체인 한글과컴퓨터·싸이버텍홀딩스,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인 인성정보·콤텍시스템·인터링크시스템 등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코리아의 증시 입성여부는 인터넷 종목들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가져올 최대 변수로 꼽힌다.
통신 분야 가운데는 IMT2000이 최고 관심거리다.
특히 사업자 선정과 관련 지난해 말 주파수경매제 무산과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라는 굵직한 사건이 터져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SK텔레콤·한국통신·LG그룹 등 3자 구도로 압축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나머지 통신사업자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이합집산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사업자 구도에 윤곽이 잡힐 때까지는 횡보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이같은 이유에서 나온다. 장비·시스템업체들은 당장 실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안정적인 매출신장이 기대돼 증시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한국통신·데이콤·LG정보통신·삼성전자·현대전자·팬텍·맥슨전자와, 기타 부품·장비관련 업체들이 유망종목군으로 꼽힌다.
반도체 관련주들은 비록 경기에 민감하지만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한 우량종목들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시장이 앞으로 2∼3년동안 최대 활황세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설비투자 확대로 관련 장비·재료업체들도 덩달아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액정표시장치(LCD)시장도 당분간 공급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역시 국내업체들의 매출급증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현대전자·미래산업·신성이엔지·케이씨텍·디아이·아토·주성엔지니어링 등은 지속적인 실적 향상을 바탕으로 유망종목군에 속한다.
디지털방송 업종은 통합방송법 추진으로 2001년부터 디지털TV 조기방송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2001년 시드니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은 그 분기점으로 가전 3사의 재도약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수혜종목으로는 LG전자·삼성전자·오리온전기·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한국통신·대호·삼성전기·태영·케드콤·대륭정밀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