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IMT2000, 인터액티브 방송, 디지털 영화관, 디지털 음악 서비스, 온라인 게임 등 각종 디지털 매체들이 등장해 우리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디지털 매체가 우리 생활의 전면에 등장한다고 해서 종전의 아날로그 매체가 시대의 유물로 전락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마치 TV가 대량 보급됐다고 해서 라디오가 박물관의 유물로 전락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인터넷 영화관을 통해서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가 제 아무리 무차별적으로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들은 웅장한 효과 음악과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적어도 21세기의 지배적인 키워드는 「디지털」 또는 「인터액티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과 인터액티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6㎜ 디지털 카메라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제작된 디지털 콘텐츠를 디지털TV·인터넷 방송·디지털 영화관·IMT2000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받아볼 수 있는 환경으로 21세기는 급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인터액티브」라는 명제가 숨어 있다.
우선 21세기와 지난 세기가 가장 틀린 것은 「인터액티브」 개념이 시민 사회의 구석구석을 관통하는 제 1의 원칙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만 가능한 인터액티브 개념의 정당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아메리카온라인(AOL)과 같은 통신 매체는 디지털과 인터액티브를 무기로 전통적인 매체와는 전혀 다른 신천지를 개척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이버 공간의 여러 커뮤니티는 시민사회를 억누르고 있던 권위주의의 탈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회 조직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가능한 것은 사이버 공간에선 각 행위 주체들이 「상호 주관성」 개념에 입각해 현실 세계를 향해 보다 능동적으로 발언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우리들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가령 자동차를 한대 산다고 가정하자. 21세기의 사람들은 디지털 위성방송이나 웹TV에 접속, 광고주들이 제공하는 인터액티브 TV광고에 접속하는 게 가능하다. 시청자들은 자동차 회사가 방송 채널을 임대해 제공하는 인터액티브 광고에 접속해 자기가 구입하고 싶은 자동차의 사양을 클릭, 시승일자와 구매 예약 등 제반 구매 절차를 한번에 끝낼 수 있다. 현재 유럽의 위성방송 사업자들이 위성 채널을 통해 인터액티브 광고를 선보이고 있는 단계지만 앞으로 전세계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방송·위성·케이블TV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스포츠 중계도 현재보다 훨씬 흥미진진해진다.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대중 스포츠 중계 채널은 항상 인터넷과 연동되어 있다. 스포츠가 중계되는 동안에도 시청자들이나 네티즌들은 해당 웹사이트에 접속해 특정 선수의 전적을 조회하고 캐릭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스포츠 퀴즈 쇼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음반 산업도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이미 디지털 음악 서비스 업체들이 MP3 등 디지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은 보급이 부진한 단계다.
그러나 저작권이나 저작인접권 등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면 디지털 음악 서비스는 향후 음악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는 위성방송 사업자들이나 디지털 방송 사업자들이 음악사업자들과 제휴해 압축파일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음악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CD 수준의 음악 서비스를 위성방송은 물론 PC통신·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압축파일 형태로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뉴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올려 놓으면 얼마든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다. 조PD와 같은 대중적 스타들이 얼마든지 생겨날 것이다.
비디오 산업도 불가피하게 재편 위기에 처해 있다. 케이블TV·인터넷방송·위성방송 등 매체에 접속하면 언제든지 주문형 비디오나 PPV(PayPerView) 방식으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다.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빌려 보는 전통적인 방식이 퇴조하는 대신 뉴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보는 일이 일상적인 환경으로 정착될 것이다.
이미 인터넷 영화관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만 개봉되는 영화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으며 영화 제작에 일반인들이 직접 참가하기도 한다. 과거 극장에서 개봉됐던 영화들은 제작자들이 일방적으로 관람객들에게 박제된 형태의 시나리오를 강제하지만 앞으로는 관람객들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게 가능해진다.
특히 현재 10∼20대 사이 연령층은 「비디오」적으로 사고하는 세대다. 이른바 N세대다. 가정용 비디오와 컴퓨터 게임을 자양분으로 성장한 세대다. 이들에게 비디오는 본능이자 감각이다.
비디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현실을 재구성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제작자들은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화면이나 무대 장치를 어떻게 꾸밀 것인가를 논리적 관점이나 텍스트 위주의 관점에서 사고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를 주도해가는 N세대들은 오직 비디오적으로만 사고할 뿐이다. 이들에게 있어 비디오는 세상을 견인하는 제1의 공리다.
N세대의 자양분이었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도 더 이상 게임기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소니·MS·닌텐도 등에서 앞으로 내놓는 게임기는 사실상 컴퓨터를 지향하고 있다. 게임기를 통해 인터넷 항해가 가능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물론 전자결제도 가능하다. 가정용 비디오뿐만이 아니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케이블TV용 컨버터·위성방송용 제한수신장치(CAS)·디지털TV수신기·웹TV 등도 하나의 세트톱 박스로 통합돼 가정용 서버로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21세기 초반에 우리는 IMT2000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영상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IMT2000은 우리를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멀티미디어 영상 서비스의 세계로 초대할 것이다.
이미 상당수 사업자들이 IMT2000 서비스를 겨냥해 다양한 형태의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특정 연예 정보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연예인 정보 프로그램을 IMT2000 단말기를 통해 동영상으로 수신할 수 있다. 현재 상당수 청소년들이 해외의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나 전화정보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N세대들은 IMT2000 단말기를 통해 미국의 포르노 채널이나 포르노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현란한 영상들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도래할 디지털 세상이 우리들에게 과연 온전한 의미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뉴미디어의 도래가 우리들의 삶을 물질적으로 보다 풍요롭게 하고 의사소통 구조를 현재보다 훨씬 민주적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정보의 불평등한 유통」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정보의 유통이 옛날보다 자유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보의 생산은 미국을 위시한 몇몇 선진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정보의 발신지 역시 이들 국가가 압도적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사이버 공간에서 바람직한 시민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