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인터넷 세상

 새 천년을 맞은 첫 업무가 시작됐다. 그동안 그토록 염려했던 Y2K문제는 치밀한 대비 덕이었는지 큰탈 없이 지나가는 것 같다. 미국이 장삿속으로 Y2K문제를 과장했고 이를 언론에서 확대재생산해 왔다는 주장도 없지 않았다.

 「밀레니엄」이란 개념은 기독교적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서방세계에서 야단법석일 때도 아랍세계에서는 냉담한 상태였다. 우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육십갑자에 친숙해 새해를 맞을 때마다 십이지의 동물을 가지고 수선을 떨지 않았던가.

 새 밀레니엄이 되었다고 해서 새 아침에 뜨는 해가 어제 뜨던 해와 다른 것은 아니다. 우주만물은 어제와 다름이 없지만 오직 사람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사람은 시각을 정하고 날짜를 정하고 시기를 정하여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하여 하던 일을 마무리하여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계획하며 각오를 새롭게 한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아주 귀한 창조적 활동이다. 그러므로 새 밀레니엄이 갖는 의미를 가벼이 할 수 없겠다.

 새 밀레니엄 최고의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인터넷이다. 이제 인터넷을 모르면, 아니 인터넷이 아니면 견뎌내기 어려운 세상으로 가고 있다. 인터넷은 『불의 발견 이후 인간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사이버 스페이스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전자프런티어재단을 설립한 존 페리 발로는 주장한다. 인터넷은 세계경제를 재편하고, 사회가치를 바꾸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며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소식은 날마다 신문지면을 가득 메운다.

 예수가 새 천년을 맞아 재림한다면 아마도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을까. 인터넷은 예수재림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길까지 열어놓고 있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한꺼번에 면대(面對)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인터넷시대에는 가장 귀한 자산이 정보요, 지식이다. 이 정보를 누가 빨리 찾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은 인터넷을 느림보 와이드웹(World Wide Wait)이라고도 하지만 인터넷의 속도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인터넷의 종주국인 미국은 이미 인터넷 속도를 1000배 향상시킬 수 있는 NGI(Next Generation Internet)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제 느린 코끼리는 빠른 토끼에게 잡아먹히는 세상이 된다. 가장 빠른 놈이 가장 강한 자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 어떻게 될까. 인터넷이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가져다 줄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물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법. 디스토피아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는 짙게 마련이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정보의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문제다. 정보시스템의 보유 정도와 이용능력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정보분석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생활무능력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파워엘리트들이 네트워크를 독점하게 되고 이를 독점한 세력이 결국 디지털세계를 지배할 것이며 버튼 하나로 대중을 선동하고 중우정치(衆愚政治)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인터넷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표준화되어 민족과 국가가 해체되고 그 대신 강력한 중앙컴퓨터가 인류를 통제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호주의 세계미래연맹 스티븐슨 사무총장은 소수의 정보엘리트들이 0과 1이라는 디지털의 잣대로 보통사람들의 육체와 영혼까지 표준화시키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개인정보가 낱낱이 공개되어 프라이버시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감시당하게 된다. SF영화나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이러한 일들이 실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은 점점 소외된다. 기술의 발전이 꼭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터넷도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이 많다. 이러한 역기능을 해소하고 인터넷이 인간의 행복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 방향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새 밀레니엄을 맞은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다.

이기중 본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