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대표
벤처기업으로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벤처산업이 크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대기업·은행권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인 에인절클럽에 이르기까지 벤처기업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현상에는 명암이 있듯이 벤처기업 투자에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일명 「묻지마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묻지마 투자」의 한 단면은 주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명 「통-텔-컴장」 현상에서도 볼 수 있다. 즉 회사명에 ××통신·××텔레콤·××컴퓨터 등만 들어 있으면 실제로 그 회사에서 하는 일과는 상관없이 주식값이 폭등하는 시장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묻지마 투자자들은 주식투자자들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이자 권리라고 할 수 있는 공시도 보지 않는다. 근거 없는 호재성 소문에 주식값이 폭등하고, 해당 기업에서 부인공시를 내더라도 그 추세는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묻지마 투자」는 결국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커가는 벤처산업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벤처산업이 산업의 든든한 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벤처산업으로 끊임없이 자금이 유입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자금이 벤처산업으로 몰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기업에 유입되는 자금규모에 비하면 아직도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벤처기업에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성공사례가 계속 나와야만 한다.
만약 투자 초기에 많은 투자자들이 실패해 떠나버린다면 결국 벤처산업은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미미한 분야로 남게 될 수 있다.
첫째는 경영자 및 경영진이다. 벤처기업의 성패는 그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경영자의 도덕성·성실성, 그리고 얼마나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또한 전체 경영진을 평가해 기술·마케팅·관리의 세가지 측면에서 부족한 면은 없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세가지 모두 최상급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두 분야는 잘 운용되고 있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경영진 스스로가 알고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영자 및 경영진을 직접 만나기 힘들 때는 언론보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는 업계 내에서의 평판에 귀기울이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는 시장의 크기 및 비즈니스 모델이다. 현재 큰 규모의 시장 또는 미래에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면,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규모는 매우 커질 수 있다. 시장규모가 작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라면, 독점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고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이 살아남기는 힘들다. 또 아무리 큰 시장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비즈니스 모델 또는 매출생성 모델이 부실하다면 결국 경영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상대적인 절대우위다. 해당 분야에서 다른 경쟁자들이 갖지 못하거나 하기 힘든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 회사는 성공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단순한 아이디어 몇가지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다른 경쟁자들이 금방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경영진이 해당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회사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지, 아직은 경쟁자가 아니지만 해당 분야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어디인지, 그리고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이 뛰어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도 점검하는 것이 좋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옥석을 가려 투자에 임한다면, 그리고 투자의 성공사례들이 계속 나온다면, 벤처산업은 발전을 거듭할 것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든든한 역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