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와 PC통신업계에 불어닥친 일련의 짝짓기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인터넷 시장환경에서 사세확장을 통해 시장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선택해야 할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ISP 및 PC통신분야의 M&A작업은 업계의 영원한 라이벌인 삼성과 LG, 한국통신과 데이콤, 여기에다 두루넷과 나래이동통신을 앞세운 삼보 등 대기업 및 기간통신사업자들이 21세기 유망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전포석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처럼 대형 ISP와 PC통신업체들이 M&A 또는 전략적 제휴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21세기 디지털 경제시대에는 종래의 산업경제에서 적용돼온 수확체감의 법칙보다는 오히려 수확체증의 법칙이 통용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인터넷분야에선 기업의 성장에 제한이 없고 한계원가가 영에 수렴하며 고객에 대한 단위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인터넷산업에선 하나 내지 두개의 강력한 선두기업이 시장 전체를 지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번 선두자리에 나선 기업은 계속해서 추종기업을 따돌리면서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에서 유독 업체간 제휴 및 M&A가 활발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1세기엔 통신인프라의 확대 및 인터넷통신서비스의 가격파괴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ISP들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확충하는 한편 무료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며 PC통신서비스업체들도 포털사이트·전자상거래(EC) 등 인터넷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통신인프라를 확충하고 서비스 가격을 대폭 낮추며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기 위해선 나스닥이나 코스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ISP와 PC통신서비스의 통합으로 투자비용을 절감하고 회원을 공유하는 등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게 M&A를 서두르고 있는 ISP 및 PC통신업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ISP와 PC통신업체간의 통합작업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국내 인터넷통신서비스 시장은 물론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PC통신서비스 분야에서 만년 4위권에 머물러 있는 나우콤이 나스닥 상장을 통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ISP분야의 선두주자인 두루넷과 손잡을 경우 업계 판도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터넷통신서비스 분야에서 업계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LG와 틈틈이 업계 수위자리를 노리고 있는 삼성의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삼성은 분사예정인 유니텔을 통해 인터넷통신서비스 분야에서만큼은 LG의 천리안을 제치고 업계 수위자리에 오른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인터넷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시너지효과 창출을 위해 ISP인 드림라인과의 제휴도 적극 검토중이다.
이에 맞서 데이콤 인수로 국내 최대 PC통신업체인 천리안을 갖게 된 LG도 인터넷통신서비스 분야 수위자리 고수를 위해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나름대로 특화된 콘텐츠를 보유한 LG인터넷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중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