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초고속 램버스D램의 양산에 들어감에 따라 새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경쟁은 이제 속도경쟁시대로 급격히 전환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메모리업체들은 경쟁사에 앞서 대용량 제품을 출시, 고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런데 새해 들어 삼성전자가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왔다. 바로 「속도」다. 램버스D램은 핀당 정보처리속도가 800㎒로 현행 주력 SD램에 비해 8배 이상 빠르다. 램버스D램은 또 한번의 신호에 데이터를 두번 전송하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에 비해 속도가 4배 이상 빠르다.
DDR S램을 중심으로 SD램을 밀어붙이고 있는 NEC 등 경쟁사에 맞서 삼성전자는 고속 램버스D램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그것도 기존 램버스D램보다 용량이 2배인 288M 제품을 앞세웠다.
대부분의 D램업체들은 지난해 인텔 「카미노」 칩세트의 잇따른 출시연기와 D램가격의 호조를 빌미로 램버스D램의 양산시점을 늦춰온 반면 삼성전자는 램버스D램의 조기 양산을 추진해왔다. 여기에는 PC시장 자체의 변화도 있었다. 인텔이 다이렉트 램버스D램을 지원하는 카미노 칩세트를 출시한 지난해 11월 이후 대형 PC제조업체들이 램버스D램을 탑재한 PC생산에 본격 돌입한 것이다.
따라서 D램업체 가운데 램버스D램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로는 사실상 삼성전자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삼성전자는 초기 형성단계인 램버스D램 시장을 거의 독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이번에 288M 다이렉트 램버스D램을 개발하면서 16개의 단품을 하나의 모듈로 구성한 576M 램버스D램 모듈까지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고도로 집적화한 메모리의 양산을 통해 소형화와 고성능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대형 컴퓨터업체들의 수요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또 PC·서버·워크스테이션 등 컴퓨터뿐만 아니라 휴대형 정보통신기기, 고성능 게임기 등의 초고속 D램의 신규 시장을 적극 개척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양산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는 앞으로 램버스D램 시장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전략은 현대전자, NEC-히타치 합작사 등 강력한 도전자를 물리치기 위해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종전과 달리 D램시장 1위를 지키는 게 갈수록 힘들어진 상황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위주로 차별화할 수밖에 없으며 그 대안으로 우리는 초고속 램버스D램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일단 초기 수요가 활발한 데다 경쟁사의 램버스D램 양산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성공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개발한 288M 램버스D램에 0.17미크론기술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기술로 불리는 마이크로 볼그리드어레이(BGA)기술을 적용했다. 경쟁사들이 이러한 공정기술을 갖추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업체가 이처럼 램버스D램에 주력할 뜻을 보임에 따라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서둘러 램버스D램을 양산하는 체제를 구축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독주를 방치하기에는 램버스D램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