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1세기 과학기술 미래를 연다 (1)

 21세기 뉴밀레니엄의 화두는 과학기술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과학기술은 경제적 행위를 이끌어가는 입장이었으나 새천년에는 공공복지,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또 20세기에는 국가경영의 리더십이 경제중심이었다면 21세기에는 과학기술이 이를 담당할 전망이다. 국가 과학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소장들을 만나 새천년의 각오와 포부를 들어본다.편집자

과기원 박호군 원장

 『과거 과학기술이 경제에 종속되었다면 21세기에는 인터넷 혁명에서 보듯이 과학기술이 경제행위를 넘어서 인류의 삶과 관습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게 많은 학자들의 예측입니다. 과학기술이 21세기 국가경쟁력과 사회발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새천년에는 국가가 요구하는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박호군 KIST 원장(53)은 『21세기 KIST의 주요 연구사업 목표를 에너지·환경·전자정보통신 등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이를 위한 전초단계로 팔당호 수질정화사업인 금수강산21 프로젝트와 수소전지·폴리머전지 등 전지분야, 에너지분야 등을 2000년 신규 주요 기관고유사업으로 정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에 한발 앞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환경부문의 경우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21세기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중요한 연구분야이며, 국가의 연구개발 목표나 정책방향에 따라 톱다운 방식으로 출연연이 이를 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5월 첫 출연연 기관장 공모로 임기 3년의 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8개월여 동안 구조조정으로 가라앉은 연구분위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연구소 내에 「중점연구회제도」와 「연구·경영정보 교류의 장」을 신설하는 등 연구원들의 어려운 점을 누구보다 먼저 헤아려 왔다.

 그 결과 현재 KIST 내에는 18개 분야에 대한 중점연구회가 생겨 연구분야가 다른 연구원들이 토론을 통해 공동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또 이달의 KIST인상 등 연구원에 대한 포상제도도 신설, 연구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 원장은 『새천년을 맞아 종합연구소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장기비전인 「KIST­2000」의 내실을 다져 의료복지기술, 정밀소재 공정기술, 정보산업용 신기능소자, 3차원 영상매체기술, 휴먼로봇시스템 등의 경우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특히 KSIT의 미래연구분야로 인류의 난치병 치료와 미래에너지 개발을 위한 종합연구프로그램인 「NEO­2010」을 추진, 오는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의 종합연구소로 육성·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원장은 사실 세계 10대 연구기관이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이기는 하나 한편으로 보면 전문분야별 연구팀이 각자 자기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실이 되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KIST에는 이의 실현을 뒷받침할 우수한 연구인력이 많다고 말하고 당장 표면개질, 3차원 영상매체기술, 다이아몬드 박막, 휴먼로봇 등의 경우 세계 10위권에 드는 연구업적만 상당수가 있으며 앞으로 10년간 30개 연구분야를 집중육성해 세계 일류연구소에 손색없는 연구소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과거 10여년간 KIST는 물론 정부출연연에 우수 고급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다』고 말하고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능동적으로 전문분야의 우수 연구인력을 발굴해 영입하는 등 올해부터 연구인력 확충에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우수 연구성과의 경우 연구원이 직접 창업할 수 있도록 제반 제도를 정비했다』고 말하고 지난해 신설된 기술사업단을 중심으로 연구원 창업과 실험실 창업을 활성화, 8개 벤처 인큐베이터가 운영중이며 현재 22명이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가장 보람된 일로 프런티어연구사업 1개 사업과 국가지정연구실 7개 사업 등을 경쟁에 이겨 수주한 것이나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주제영상관을 수주하는 등 KIST의 실력을 인정받은 일이 무엇보다도 기뻤다』고 소개했다.

 또 KIST가 올해 본격 추진할 한·베트남 과학기술협력사업의 경우 선진국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던 과거에서 탈피, 개도국에 대해 기술이전을 실시하게 된 것도 출연연의 새로운 역할이 되고 있다.

 박 원장은 올해부터 KIST로 이관된 KIST­유럽현지연구소의 경우 KIST는 물론 국내 과학기술의 국제화 전진기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새천년을 맞은 출연연의 맏형격인 KIST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정창훈기자 chjung@eten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