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을 이긴 전자상거래 솔루션 시장의 토종 「다윗」
서울 역삼동 서울벤처타운 빌딩 16층에 자리잡은 전자상거래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이네트(구 이네트정보통신)의 박규헌 사장(37)에게 따라 붙는 말이다.
「한획을 그었습니다」라는 이네트정보통신의 광고카피가 말해주듯, 박 사장은 지난 한해 동안 국내에서 인터넷 전자상거래와 쇼핑몰이라는 차세대 인터넷 비즈니스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무대뒤에서 큰 기여를 한 주인공이다.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인터넷 쇼핑몰 구축용 머천트 서버 소프트웨어인 「커머스21」을 앞세워 IBM·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 등 쟁쟁한 외국 대형업체들의 제품을 제치고 우체국과 백화점, 유수의 인터넷쇼핑몰 등 50군데 이상을 수주했다. 덕분에 대형 머천트서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지난 98년 4억7000만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0배를 웃돌았다.
「386세대의 전형」을 자처하는 박 사장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82학번) 출신인 그는 대학 재학시절 직접 노동운동 현장에 뛰어들어 노동자의 삶을 체득했다.
『현재 경영방침과 운영에는 노동운동을 하던 당시의 정신이 투영돼 있습니다. 사람을 지배, 소유하거나 누가 누구를 지시하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동체를 꾸며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육체적, 정신적 노력에 대한 공평한 보상을 늘 강조한다. 박 사장의 연봉과 중간 관리자의 월급은 한푼의 차이도 없다. 직원들에게 회사의 스톡옵션을 똑같이 주고, 직원 가족들의 교육비와 체력 단련비까지 대주고 있다.
박 사장이 전자상거래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치밀한 분석에서 비롯됐다. 91년 데이콤에 입사한 그는 신사업개발팀에서 5년간 일하는 동안 수시로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정보기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능력을 키웠다.
박 사장에게 2000년은 도약의 해다. 이를 증명이나 해보이듯 지난해 말 미국과 일본에 잇달아 현지법인을 세우고 세계 전자상거래 솔루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해가 지지 않는 전자상거래 왕국을 건설하겠습니다.』 박 사장이 21세기 벽두에 밝히는 당찬 포부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