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산업은 국내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를 포함, 전자부품의 수출액만해도 280억달러로 전체수출액 1400억달러의 20%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전자부품산업은 올해 커다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인터넷산업시대로 진입하는 원년인 2000년에 전자부품산업은 시장과 기술 두가지 측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전자부품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이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전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회이자 위기로 받아들여지는 국내 전자부품산업을 둘러싼 주요 변수를 중심으로 그 영향과 파급효과를 점검한다.
편집자
디지털 TV용 부품
올해 국내 전자부품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방송 실시에 따른 디지털TV시장의 형성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시범방송이지만 9월부터 디지털방송이 송출되면 우리나라에서도 「꿈의 가전」이라 불리는 디지털TV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우리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영국을 비롯해 일본·독일·프랑스·스페인 등은 올해부터 디지털 본방송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해외시장에서 디지털TV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전자산업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TV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많게는 600만대 정도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국내시장 규모는 수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디지털방송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수상기 값도 비싸 웬만한 소득원이 없으면 디지털TV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방송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2003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2600만대의 디지털TV 수요가 발생하고 국내에서만도 120만대 정도의 디지털TV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국내 가전업체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TV를 생산·판매할 수 있는 국가가 우리를 포함해 서너 나라에 불과하기 때문에 디지털TV시장은 국내 전자산업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도약대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TV 관련 기기인 디지털VCR·디지털캠코더·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등의 수요를 감안하면 디지털방송이 유발할 디지털가전기기 시장규모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TV를 시작으로 디지털가전시장이 확산되면 여기에 장착하는 디지털TV용 전자부품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올해는 디지털TV용 국내 부품산업이 싹을 틔우는 한해로 기록될 전망이기 때문에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디지털TV에는 기존 아날로그TV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각종 반도체가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디지털TV는 송수신방식이 디지털로 변하기 때문에 현재 컴퓨터에 소요되는 반도체 숫자만큼 메모리 및 디지털TV 칩세트 등 주문형 반도체가 대거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등 각종 보조기억장치가 따라붙을 것으로 보여 컴퓨터 관련 부품 중 상당수가 디지털TV에 적용될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아날로그TV시장의 정체로 저성장하는 콘덴서를 비롯해 안테나·코어·튜너 등도 디지털TV의 등장에 따른 신규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인쇄회로기판(PCB)·편향코일(DY)·스피커·표면탄성파(SAW)필터·적외선 모듈 부품 수요가 최소 5배 이상 추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디지털TV의 출현으로 평면디스플레이가 음극선관(CRT)을 대체할 경우 고압트랜스포머(FBT) 등 일부 전자부품의 경우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 업체들의 생산품목 전환 내지 사업구조재편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디지털TV용 일부 핵심 전자부품의 경우 일본 등 선진국업체만이 생산하고 있고 이들 선진 외국업체들은 우리같은 후발 경쟁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기술이전 기피는 물론 가격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세트업체와 부품업체 사이에 긴밀한 협조체제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디지털TV시장 초기 진입단계에 접어든 올해부터 국내 세트업체와 부품업체 사이에 전략적 공조를 통한 핵심부품의 국산화 작업을 추진, 디지털TV시장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문이다.
이희영기자 hylee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