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산업계의 쌍두마차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경쟁의 무대를 사이버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이들 양사는 새해 벽두부터 인터넷을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으로 인식, 주도권 잡기 경쟁에 나섰다.
이처럼 양사가 사이버 공간 공략에 본격 나서는 것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 세계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리면 기업 이미지 손상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그간 전자상거래(EC)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제조업체가 EC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할 경우 대리점 등 기존 유통망이 엄청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자업체들은 기존 유통망을 유지시키기 위해 홈페이지 내에 제품정보와 판매코너를 작게 만들어 운영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는 쇼핑몰인 「goSamsung」을 전자제품 전문 포털사이트로 육성하는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EC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공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LG전자도 최근 인터넷으로 전자제품의 간단한 고장이나 사용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사이버 애프터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한국영업부문 내에 「I&D(Internet & Direct) 영업담당」을 신설하는 등 EC 사업에 본격 나섰다.
양사가 이처럼 EC 사업을 본격화하면서도 이를 실천해 나가는 형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이버공간을 통해 제품 판매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LG전자는 제품 판매보다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형태다.
삼성전자는 EC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50개였던 대리점 홈페이지를 올해는 200개로 늘려 매출을 지난해보다 6배 신장한 6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반면 LG는 인터넷으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 직원을 불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이버 애프터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LG전자가 사이버 영업도 한다. LG전자는 21세기를 대비해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한국영업부문 내에 I&D 영업담당을 신설, 사이버 쇼핑몰·인터넷 조사 등 인터넷 영업과 홈쇼핑·다이렉트메일 등 무점포 영업을 보다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과 LG 모두 인터넷 EC를 확대하고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삼성의 경우 EC를 통한 매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내용을 보면 아직도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EC의 전면에 나선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삼성이 직접 제품을 판매하기 보다는 대리점 홈페이지를 통한 판매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EC 방식은 전자상거래를 통한 매출이 기존 매출을 대체하는 것일 뿐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 일반 대리점을 통해 물건을 사는 가격이나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가격이 같을 경우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서비스 제공」이라는 EC의 이점을 살릴 수 없다.
이 밖에 홈페이지를 가진 대리점은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대리점은 매출이 줄어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도 있다.
아무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이버 전쟁은 누가 더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로 소비자를 사로잡을 것인가에 승패의 열쇠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