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새해 특집> "디지털 종소리" 새천년 깨운다

 새 천년 디지털경제의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IMF 한파로 암울했던 세기말의 한국경제가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희망의 소리이기도 하다.

 천년의 역사속에 영원한 후발주자에만 머물러왔던 과거를 딛고 새 천년에는 이제 우리 기업들도 선두주자가 한번 되어봄 직하다. 이러한 포부들이 여기저기서 울려나오고 있다. 「일류기업이 되자」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는 다짐들이 소리 높다. 그러나 그럴듯한 구호에만 머무르다 결국은 「골목대장」에 만족하고마는 과거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내부의 체질개선을 이제는 선도적으로 보여주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각 조직원의 전문화와 자율책임 부여,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신경망 구축, 조직의 지식군단화를 통한 빠른 의사결정, 최고 경영자가 솔선수범하는 투명경영과 인간 중심의 경영체제 구축을 기반으로 조직이 추구하는 뚜렷한 비전이나 목표를 설정해나갈 때 새로운 천년에는 우리도 선두주자로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기업들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새 천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세계경제는 디지털경제, 지식사회를 잉태해왔다. 디지털경제, 지식사회는 예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무한 가능성을 모두에게 던져주고 있다. 시장을 한번 장악하면 수십년을 선도기업으로 버텨올 수 있었던 산업사회는 점차 10년 안팎으로 선도기업의 시장지배 기간을 단축시켰다. 급기야 세기말 정보사회에 이르러서는 1∼2년을 버틸 수 있는 선도기업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선도기업의 자리를 유지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는 후발주자들에는 언제든 선발주자를 앞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러한 속도 경쟁은 비트로 상징되는 디지털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는 인터넷의 등장과 확산으로 인해 촉발되고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 인류 문명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놓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깊이 자리잡았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이 태어난 것이 1946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의 에커트와 모클리가 완성한 진공관식 컴퓨터였다. 이후 81년 IBM에서 지금의 PC가 탄생하고 69년 등장한 인터넷과 PC가 만나면서 90년대 이후 디지털 혁명이 본격화했다.

 이때부터 디지털혁명의 주역들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인으로 부상한다. 윈텔의 두 축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 중심으로 세계 컴퓨터환경이 진행되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생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세계 경제의 기린아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너무나도 귀에 익은 넷스케이스, 야후, 아마존, e베이 등은 불과 수년 전에야 탄생한 기업들이다.

 에니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탄도계산을 위해 개발됐고 인터넷 역시 소련과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미국의 알파연구소에서 비롯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과 같은 기업,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20세기 지구촌에 대변혁을 이끌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변혁은 순식간에 현실이 되고 말았다.

 국내만 살펴봐도 얼마나 짧은 시간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진 인터넷, 디지털, E비즈니스 등 뉴 밀레니엄을 여는 키워드들이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소개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국내에서 인터넷 원년을 꼽자면 바로 95년이 될 것이다. 90년 3월 한국과학기술원과 미국 하와이대학을 전용선으로 연결하면서 우리나라 인터넷이 세계 인터넷과 처음으로 만난 지 5년 만에 국내에서도 인터넷이 본격화했고, 그리고 다시 5년 만에 인터넷은 정치·경제·문화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중심축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경제의 급격한 변화와 흐름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고품질의 노동력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도 희망이자 기회의 텃밭을 제공한다는 점을 상기하게 해준다. 따라서 이러한 기회를 얼마나 빨리 포착하고 대비하느냐 하는 것은 새 천년 설계의 기본 축이 될 것이다.

 디지털시대, E비즈니스 시대, 지식경영 시대 등으로 정의되는 21세기 새로운 천년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사회의 성패는 속도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에서 보듯 이제 순간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때다.

 새 천년에는 항상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에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규모의 경제로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식의 경영은 이제 설 땅을 잃을 것이다.

 또 속도경영을 위해 조직자체가 전문성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도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규격화된 사무노동자를 양성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전문성을 갖춘 지식노동자의 양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는 이른바 인간중심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각 개인이 지식을 공유하는 지식경영체제 구축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나 지식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주는 유일한 자산이었다. 이러한 유일 자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것은 인식의 전환, 발상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솔선수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 구축을 위해 아직도 시작단계라 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의 구축부터 시작해야겠지만 늘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아야 할 때다.

 새 천년에는 인터넷이 상거래를 포함, 경제의 핵심축이 될 것이 자명한 대세.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출현에 재빨리 대응하고 스스로 발굴하려는 적극성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인터넷비즈니스는 이미 거품론이 뜨거울 정도로 부풀어 있지만 그 어느 분야보다 선점의 효과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인식할 때 거품론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이디어의 발굴보다 아이디어의 보안이 더욱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석에 앞서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새겨야 할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이제 인터넷은 기술이 아니라 도구라는 사실이다. 인터넷을 새로운 기술로서, 정보기술의 신천지로 활용해 입지를 확보한 기업들, 아마존이나 e베이 같은 인터넷 기업은 이제 더이상 탄생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일반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 실물경제의 기업들이 인터넷을 새로운 비즈니스 도구화할 것이며 그렇게 됐을 때 이른바 인터넷 기업들의 입지가 지금처럼 화려할 것인가 하는 것도 주목해볼 분석이다.

 이제 글로벌 경제시대가 다가왔다. 한계가 분명한 국내시장에서 재벌이 경제를 이끌던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는 더이상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벤처기업들조차 한두 명의 오너 체제를 답습해가거나 조그만 성과에 취해 관료화돼가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라면 새 천년의 희망은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지도 모른다.

 전 조직의 지식군단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에 대한 좀더 신중하고 깊이 있는 분석과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