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재앙으로 일컬어졌던 컴퓨터 연도 인식오류가 큰 문제없이 끝나는 듯하다.
2000년 시작과 함께 가장 우려됐던 전기·수도·통신·운송 등 사회 기간서비스 분야에서 Y2K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3일 업무를 시작한 공공기관과 일반기업에 이어 4일 업무에 나선 금융권에서도 현재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다.
새 천년을 맞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Y2K 문제가 국내에서는 큰 사고없이 종결됐다.
물론 문제에 대한 인식부족 등으로 평촌 아파트단지 난방설비나 광주와 대구 비디오대여점의 대여프로그램에서 모두 20여건의 경미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이 원전을 비롯해 사회 기간시설을 포함한 공공기관, 의료기관, 민간기업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하이테크 왕국의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도 4일 오후 4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 전반에 걸쳐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Y2K에 대한 승리를 공식선언했다. 이로써 정부는 Y2K 문제에 대한 비상대비 상황을 평시 상황관리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처럼 아무런 사고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민간 모두 철저히 준비해온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Y2K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진두지휘했던 정부 역할이 컸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정부는 정보통신부를 주관부서로 지난 97년 2월 정통부내에 「Y2K 전담대책반」을 설치하고 98년 3월 범정부차원의 「Y2K문제 종합대책」을 수립, 체계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또 통신, 원전 등 13대 중점분야에 대한 추진실태와 진도를 점검, 매달 진척도를 일반에 공개하는 등 철저한 계획 아래 이를 단계별로 실행해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2월초에는 13대 중점분야 대부분에서 Y2K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일궈냄으로써 사실상 Y2K 문제는 2000년 이전에 끝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정부 노력과 함께 Y2K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공조」에서 찾을 수 있다.
Y2K 문제에 대해 정부 부처간은 물론 각급 기관, 기업들이 문제해결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등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했으며 민간 부문 스스로 Y2K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 여신심사시 기업의 대응상황을 반영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외부용역비에서 세액공제를 실시했다.
특히 국민들이 사용하는 PC의 Y2K 문제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5대 PC 제조회사와 공동으로 보정프로그램을 무상 공급하고 「Y2K 대응안내문」을 전국에 배포했으며 PC 점검과 문제해결 요령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계속 제공하기도 했다.
안병엽 Y2K정부종합상황실장(정통부 차관)도 Y2K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정부와 민간업체의 범국가적인 공조체제 구축과 특히 정보통신 업계와 언론의 헌신적인 노력」을 꼽았던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Y2K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 제고는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된 국내 정보통신 기술과 노하우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돼 기업경쟁력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Y2K 문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정보화의 사회적 영향력을 새롭게 인지하는 한편으로 정보마인드가 크게 높아졌다는 것도 이번 Y2K 문제에서 얻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2월 29일이나 10월 10일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Y2K 문제는 완료가 아닌 시작」이라는 인식 아래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