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대재앙이라고까지 일컫던 컴퓨터 2000년(Y2K) 인식오류 문제가 다행히 국가 핵심시설은 피해갔다.
그동안 Y2K 문제에 비교적 치밀하게 대처해왔다고 자랑하던 미국과 일본은 사회적 파장이 큰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 지구촌을 불안에 떨게 했으나 우리나라는 다행히 큰 탈 없이 Y2K 문제를 넘길 수 있었다.
이는 97년부터 전력·통신·금융·교통 등 주요 민생관련 분야의 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펼친데다 정보통신진흥협회 등의 민간단체와 기업들이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더이상 미국·일본에 뒤처지는 2등급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소규모 문제가 발생해 한때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물론 이 사건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지엽적인 상황으로 그쳤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1월 4일 오후 2시 현재 정부가 공식 집계한 국내 Y2K 문제발생 상황은 모두 16건. 정부가 집중 관리해왔던 13대 중점분야에서는 의료 2건, 중소기업 3건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나 주로 환자관리프로그램이나 수동조작이 가능한 자동화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해 피해가 크지 않았다. 나머지 11건도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13대 중점분야 이외에서 발생한 문제들로 이 역시 피해규모 면에서는 부분적인 것들이었다.
또 한국Y2K인증센터가 운영한 Y2K119기술지원단 등 기타분야에서 접수한 상담·조치건수는 모두 42건이며 주로 MS도스를 운용체계(OS)로 사용하는 486급 이하의 PC나 영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배포한 영업용 고객관리프로그램에서 문제가 집중 발생했다.
그러나 새해 첫날인 1월 1일 0시부터 발생했던 평촌 목련3단지 우성아파트와 같은 시간대에 발생한 일산 백송마을 우성아파트의 난방제어장치 작동정지는 1500여 가구의 난방·온수와 관련된 사고여서 Y2K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사고가 겨울철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난방제어장치가 장기간 작동하지 않을 경우 노약자나 어린이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Y2K119기술지원단이 현장에 출동해 문제 원인분석과 시스템 공급업체 수배 등의 신속한 조치로 해결됐다.
그러나 이 사고는 난방제어장치의 핵심부품인 롬을 공급한 미국 업체가 이미 Y2K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제품인데도 시스템 공급업체가 이를 확인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무사안일한 일부의 Y2K 대응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비디오·도서대여점이나 소규모 점포의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에서 발생한 Y2K 문제 역시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라는 점에서 우성아파트 사고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한편 이번 Y2K 대처활동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사람들은 업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Y2K119기술지원단이다. Y2K 관련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은 전국 6개 지역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비상대기체제를 구축해 문제발생 신고전화 접수 즉시 현장에 출동하거나 자세한 전화상담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공헌했다.
이들의 활동은 민간 정보통신 업계와 전문 기술인들이 자발적으로 국가적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로 평가받고 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