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1세기 과학기술 미래를 연다 (2)

ETRI 정선종 원장

 지난 76년 개소한 이래 타이컴 주전산기, TDX10 전전자교환기, CDMA이동전화시스템, 대용량 메모리를 개발해 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산업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국가 중추 출연연구기관인 ETRI의 미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정보통신산업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21세기 정보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ETRI 정선종 원장의 머릿속에는 항상 경쟁이라는 개념이 박혀 있다. 「출연연도 기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경영을 잘못하면 나라가 망하듯 연구소도 경영을 잘못하면 부도가 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때문에 정 원장이 추진하는 모든 전략과 전술에는 기업과의 경쟁, 나라와 나라의 경쟁, 개인 대 개인의 경쟁이라는 개념이 항상 들어 있다.

 정 원장의 새천년 포부는 당연히 연구기관이 살아남으려면 흑자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연구인력, 연구성과 이전, 기술개발이 활발히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ETRI는 새 천년 목표를 「정보통신, 전자분야의 새로운 지식과 기술 개발, 정보보호 및 표준화 연구, 전문인력 양성」에 두고 「3C(Challenge, Creativity, Customer)-2M(Cost Minimization, Royalty Maximization)」 경영 방침을 세웠다.

 『2M은 경영 목표로서 연구개발 단가를 최소화하고 특허·기술료 수입은 늘리는 생산성 극대화를 의미합니다. 즉 연구개발사업에 소요되는 원가를 최소화하고 기술이전을 촉진시켜 연구소의 경영을 안정화시키는 것입니다.』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기업연구소, 다른 출연연구기관 등과의 경쟁이 강화되기 때문에 연구소의 안정적인 자금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3C는 2M 달성을 위한 실천적인 전략이다.

 「Challenge(도전정신)」는 국제적인 경쟁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원의 도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 속에는 연구과제 수주기관을 국제화시키는 것, 기술이전 대상의 다양화 등이 포함돼 있다.

 ETRI는 올해를 「연구개발 국제화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세계 유수 연구기관들과의 공동연구 추진 및 연구사업 수주를 위한 해외 마케팅을 준비중이다.

 또 하나의 전략은 「Creativity(창의적 연구개발)」다. 연구원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수요자인 고객 중심의 연구개발을 위한 「Customer(고객만족 연구개발)」도 주요 경영 방침이다.

 『전전자교환기, D램, 주전산기, 디지털 이동통신 등 ETRI가 개발한 4가지 제품은 지금까지 90조원 이상의 신산업 시장유발 효과를 창출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952개에 이르는 기업에 총 426건의 기술을 이전했고 98년 기준으로 대덕 연구단지의 총 특허출원건수 중 68%를 우리가 차지했습니다.』

 정 원장의 이러한 자부심은 2000년대에도 지속된다.

 ETRI는 21세기를 주도하기 위해 지식경영 인프라로 「CMS(Cyber Management System)」를 구축, 분야별로 파급효과가 큰 핵심기술을 선별,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회로소자기술연구소는 초고속 정보통신서비스 구현을 위한 차세대 핵심소자 및 부품기술 개발, 21세기 새로운 반도체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미래 기반기술 연구, 정보통신 중소기업의 ASIC 기술지원 등을 추진한다.

 세부 계획으로는 광대역무선가입자망(BWLL:Broadband Wireless Local Loop) 및 광대역위성통신 등 77㎓대의 화합물반도체 MMIC 부품 개발과 초고주파 PCS단말기 및 IMT2000용 RF IC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IMT2000 모뎀칩, 고휘도 저전력 FED, 및 초대용량 광자기 메모리 등도 21세기를 이끌어나가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교환·전송기술연구소는 21세기 고도 정보사회의 핵심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초고속 통신망기술, 교환, 전송, 단말기, 고속 LAN 및 휴먼인터페이스 분야의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92년부터 수행되고 있는 ATM(Asynchronous Transfer Mode) 교환시스템을 이용한 광대역 정보통신망 구축을 시도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파장다중 광전송기술과 패킷광교환기술에 대한 연구를 강화할 방침이다.

 무선·방송기술연구소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무선 멀티미디어 서비스 시대를 눈앞에 두고 차세대 정보전송기술 및 관련 기반기술, 응용기술 개발에 매진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위성통신, 방송 및 미디어기술 분야 등 전문화된 조직을 바탕으로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IMT2000, 위성통신 중계 및 관제기술, 지상파 디지털 방송기술, ITS(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기술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컴퓨터·소프트기술연구소도 차세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가상현실 기술을 비롯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컴퓨터 개발, 인공지능을 이용한 번역시스템, 새로운 논리구조를 가진 컴퓨터 개발 등에 대한 첨단 기술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 연구소 직원은 1527명입니다. 이 중 83.4%가 석·박사급의 고급인력들로 사람의 두뇌가 자원이라면 ETRI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을 마친 셈입니다.』

 21세기 ETRI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정 원장의 말처럼 바로 이러한 우수두뇌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