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던 탄도계산을 위해 만들어졌다.
PC는 IBM이 애플컴퓨터라는 잘나가던 신생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기획했던 것이었고 전자우편은 인터넷 초기 과학자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만든 작은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당초의 의도를 충족시킨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보화 혁명의 견인차 역할까지 해냈다.
이렇듯 시장의 법칙, 삶의 법칙을 바꾼 새로운 정보기술이나 서비스를 언제부턴가 미국의 주식전문가들은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킬러앱(킬러 애플리케이션)의 사례는 위에서 예를 든 것 외에도 수없이 많다. 또 킬러앱은 증기기관·활자·컴퓨터·인터넷과 같이 원래의 사용목적을 훨씬 뛰어넘어 산업을 변화시키고 시장을 재편하며 경쟁제품을 몰아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해왔다. 그리고 새로운 킬러앱들은 지금도 계속 어디선가 등장하고 있다.
21세기에는 과연 어떤 킬러앱들이 등장해 게임의 법칙을 바꿀 것인가. 정보기술이 사회 경제적 구조의 기본 틀을 장악한 디지털시대에서는 새로운 킬러앱도 정보기술 분야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빠르고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실리콘밸리는 그래서 거대한 킬러앱 제조공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화된 세계 경제도 이제 킬러앱을 만들거나 킬러앱으로 부상할 기술이나 서비스를 재빠르게 감지해 대응하는 기업이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디지털경제 아래서 시장을 지배하는 전략의 핵심에 킬러앱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 킬러앱 전략」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디지털 킬러앱 전략이란 어떤 것이며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전략의 핵심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경영조직의 혁신적 재구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일은 몸에 익은 오래된 관습을 버리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실 조직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유교적 관습에 따른 상명하복시스템과 산업육성정책 아래서 길러진 밀어붙이기식의 하면 된다는 경영 형태에 젖어 있는 국내 기업들에는 더욱 힘든 일이다.
그러나 항상 킬러앱의 흐름에 쫓아가기 바빴던 지난 과거를 새겨볼 때 이제 새로운 시각과 변화의 수용이라는 적극성이 필요한 때다. 더구나 디지털 킬러앱은 이제 전지구적 파괴력을 가지면서도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시장구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는 절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킬러앱은 새로 만들어내는 경우보다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20세기 최대의 킬러앱이라는 인터넷도 IBM이나 AT &T같은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특허상품이나 기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군사목적의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네트워크로부터 탄생했다.
따라서 숨겨진 킬러앱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를 빨리 수용함으로써 경쟁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 킬러앱 전략의 핵심이다. 디지털 킬러앱 전략이란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기획방법론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업운영 모델이라는 말이다.
킬러앱을 발견하고 배양하고 다시 정의하는 데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가진 조직은 시장 우위를 점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킬러앱을 발견했을 때 연구소와 협력업체 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잘 결합해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지금까지 구사했던 기획과 전략에 대한 지식들은 과감히 버리고 수정할 자세가 필요하며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채택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킬러앱의 대명사인 인터넷을 보자. 이제 인터넷은 킬러앱의 수준에서 벗어나 킬러앱의 생산공장이 돼버렸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상거래. 전자상거래는 어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라기보다는 여러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킬러앱이다.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 컴퓨터, 통신, 네트워크, 전자화폐, 암호화 등의 기술에 새로운 비즈니스 개념들이 어우러진 것이다.
전자상거래는 이미 제조·유통·서비스의 개념을 바꿔놓았고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현재 전자상거래를 시작했거나 준비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 어떤 기업이 앞으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굳이 대답이 필요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어우러진, 그러면서도 기업 생존의 필수요소가 된 전자상거래를 기존의 경영마인드와 조직구조로 따라잡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디지털 킬러앱 전략, 다시 말해 새로운 기업 경영모델의 구축이 왜 필요한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모델의 구축은 여러가지 방법론이 있겠지만 빠른 의사결정시스템, 이를 위한 조직 구성원의 전문화와 자율적인 업무시스템, 전체 조직원간의 정보 공유 마인드를 통한 지식시스템 구축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김상범기자 sbkim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