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KT)이 5일 확정한 2000년 사업계획은 인터넷기업으로의 변신, IMT2000 사업권 획득이라는 두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전화회사의 대명사로 데이터통신이 취약한 KT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또 KT 내부적으로는 지난해까지 지속된 감원, 기구축소 태풍이 완전 소멸됐다는 선언이 뒤따랐다.
KT가 인터넷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은 국내 데이터통신시장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몰고올 전망이다. 망과 가입자, 맨파워 모든 면에서 통신시장의 지배력을 갖고 있는 KT가 가용자원을 총동원, 인터넷시장을 두드린다면 파도가 아닌 해일이 밀려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T의 투자규모만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2000년 한해 동안 인터넷사업에 1조800억원을 투입한다. 기존 인터넷사업자들이 기껏 100억원대의 투자비를 책정한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게다가 KT는 여타 인터넷사업자 및 벤처기업과 제휴, 지분참여를 위해 1000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마련했다. KT가 1000억원을 직접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를 종잣돈으로 일종의 벤처투자조합을 만든다면 기금 1조원짜리 조합이 생겨나고 이 정도 규모면 어지간한 인터넷 벤처기업에는 모조리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인터넷시장에 막강한 자금을 확보한 공룡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또 KT는 종합사업자로서의 위상을 적절히 활용, 시장지배력을 더욱 높여 나간다는 계획을 추진, 관련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KT는 자사뿐 아니라 한국통신하이텔과 한국통신프리텔의 1대주주로 거의 그룹경영에 가까운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 유무선 데이터통신사업자를 총괄지휘, 시너지효과를 겨냥한다면 국내 인터넷시장도 그간의 벤처 중심에서 거대사업자 위주로 재편될 공산이 있다.
이때문에 KT는 올해 경영계획을 KT 그룹 차원에서 입안·수립·집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자회사에 대한 KT의 입김이 더욱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급적 자회사 경영에 간여하지 않았던 기존 패턴을 과감히 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경영전략은 KT 통신그룹 전체의 시장점유율 제고라는 윈윈게임 성격이 짙고 그 사령탑은 소위 본체라고 불리는 KT 기획조정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IMT2000 사업권 획득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계철 사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본체가 중심이 된다』는 말을 해왔고 5일에도 그같은 소신을 재확인했다. 일부에서는 정통부가 KT의 직접 진출을 달가워 하지 않아 한국통신프리텔과 공조체제를 구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KT의 IMT2000 사업권 획득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만큼 KT와 016과의 관계, 나아가 KT 전체의 조직개편도 주목된다.
KT가 주수익원인 전화사업 이익극대화에 나서고 이를 위한 구체적 시장방어 목표, 예컨대 시내 98%, 국제 61% 등의 수치를 제시한 것은 나름대로의 대안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나로통신이 다이얼패드(새롬기술)와 제휴, 5일부터 무료 음성전화서비스를 제공, KT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일반적 전망과 달리 KT 정책진은 이미 충분한 대비책을 수립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