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본지 Y2K 특별취재팀 기자방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Y2K 문제가 그동안 정부와 민간기업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커다란 사고없이 해결되면서 희망찬 2000년을 맞게 됐다. 본지는 정부·민간기업의 Y2K 문제 대처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별도의 특별취재팀을 구성, 국내 인쇄매체 사상 처음으로 국내외 Y2K 관련 사건과 사고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해 인터넷(www.etnews.co.kr)으로 실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31일 오후 9시부터 2일 오후까지 현장에 파견돼 각 상황실에서 철야로 사건과 사고를 취재한 기자들과 이번 Y2K 문제를 종합 점검해본다.

편집자

 △사회=이제야 비로소 2000년을 맞은 느낌입니다. 다행스럽게 국내에서는 커다란 사고없이 Y2K 상황이 종료된 것 같습니다. 우선 이번 Y2K 문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지요.

 ▲이완식=당초 우려했던 Y2K 대란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지 않아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동안 전세계가 Y2K와 관련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떤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Y2K 상황이 일차적으로 종료되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지나갔다는 것은 「철저한 준비」만이 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또 한번 느끼게 해준 사례라고 여겨집니다.

 ▲조시룡=맞습니다. Y2K 문제가 무사히 넘어간 데는 정부나 기업들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13대 중점분야에서 한건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사회=별다른 사고없이 넘어갔지만 정부와 민간기업의 Y2K상황실 분위기는 긴장의 연속이었다면서요.

 ▲조시룡=이번 Y2K비상대응기간에 가장 긴장이 고조된 시간은 31일 11시 55분에서 1일 0시까지의 5분이었습니다. 광화문 일대에서 전개된 새 천년 행사 때문에 해당지역 일원의 빌딩 대부분은 5분 동안 정전상태에 돌입했는데 정확히 1일 0시에 전원이 들어왔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이 기자실에 들어와 『통신, 전력, 원전, 수도 등 국민생활과 연관있는 중점분야는 이상이 없다』며 대란이 없음을 처음 확인했습니다.

 ▲김윤경=취재중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5개 이동전화사업자 대표들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이들 업체대표는 역사적인 순간을 모두 각사의 교환국사에서 맞이했습니다. 이동전화의 경우 Y2K 버그도 문제였지만 천년맞이 전화폭주도 만만치 않은 해결과제였기 때문이죠. 자정을 넘어 30분이 더 지나도 시스템이 모두 정상 가동되자 교환국사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습니다. 모 사업자 대표는 Y2K 이상무를 확인하자 곧 샴페인 파티를 열었습니다. 고객들을 위해 비상근무를 섰던 직원들과 함께한 새 천년맞이 자축연이었지요.

 ▲김성욱=반도체와 산전·부품 업계 관계자들도 새 밀레니엄을 평온한 분위기에서 맞이하지 못하고 대규모 비상대기 인력을 투입해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긴장된 분위기에서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특히 공급물량 부족과 주문량 증가로 생산라인을 완전 가동했던 반도체 업체들은 그동안의 치밀한 사전준비로 사고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99년 12월 31일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상당히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Y2K 문제와 관련된 대외적 또는 대내적 요인으로 라인가동에 차질을 빚을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기업과 국가 신인도가 크게 하락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김종윤=Y2K 문제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관심거리였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새 천년 첫해를 맞은 네티즌들은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사태에 나름대로 걱정스런 마음으로 2000년 1월 1일을 맞은 네티즌들은 별탈없이 새해를 맞이한 것에 대해 자축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반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일부 네티즌들은 Y2K문제야말로 세기말의 최대 사기극이었다며 위기감을 조성했던 관련 업체들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사회=Y2K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 공통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 2000년을 맞은 외국의 소식을 전해야 하는 국제담당 기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고 봅니다.

 ▲방은주=사실 긴장감은 국제부가 제일 컸을 겁니다. 한국보다 4시간 앞서 뉴질랜드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먼저 새 천년을 맞기 때문이었죠. 시침이 오후 8시를 가리키자 새 천년을 맞은 현지인들의 환호성과 함께 꽝(?)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머리 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다행히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1보는 아무 사고없이 현지인들이 간간이 비가 오는 가운데 거리로 쏟아져나와 축제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커다란 사고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 것도 이때였습니다.

 ▲명승욱=그렇지만 일본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2000년의 첫 해가 뜨자 외신은 「세계 각국의 Y2K 문제 이상없다」는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제일 먼저 일본 총리의 『Y2K 이상없다』를 전송한 바로 그 시각에 이시가와현의 원전에서 터진 전송시스템 오류발생을 시작으로 일본의 사고 소식이 잇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두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원전 오류발생 소식을 본지가 전한 후 이틀이 지나서야 우리나라 신문들이 이 소식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본지 Y2K특별취재팀의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NTT도코모의 휴대폰 문자서비스 오류발생도 본지가 제일 먼저 보도한 사건입니다. 단말기 제조업체인 NEC는 본지의 보도가 나간 이틀 후 오류발생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일본의 각 언론에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이번 Y2K기간에 Y2K119기술지원단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김상범=이번에 Y2K119기술지원단 요원들은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나흘 동안의 밤샘 근무에도 힘들다는 내색 전혀 없이 그 많은 상담에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우성아파트 건도 긴급출동한 요원들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 혹시나 발생할 수 있었을 인명피해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우성아파트에 요원들이 출동했을때 수동으로 온수를 공급하고 있었는데 이럴 경우 갑작스런 온도변화를 제어하지 못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큰 사고가 벌어졌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윤휘종=인터넷 전자신문(www.etnews.co.kr)에 처음으로 광주 도서대여점의 Y2K 문제발생 기사를 쓰면서 Y2K119기술지원단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던 게 생각납니다. 본지 인터넷으로 사고를 확인한 정보통신부 Y2K상황실에서 『정부 통제없이 왜 기사제보를 했느냐』는 질책성 전화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술지원단 관계자들의 모습은 전반적으로 맥빠진 분위기였으며 일부는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은 기자가 취재한 내용이어서 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또 나머지 자영업자들에게 상황대처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숨길 성질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기술지원단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의 Y2K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전화를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사회=본지가 국내 신문사상 처음 시도한 인터넷 실시간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지요.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생각입니다.

 ▲박효상=이번 Y2K실시간 서비스기간에 본지 인터넷 접속건수를 분석한 결과 연휴기간이고 또 심야시간인데도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조회횟수를 기록해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 뉴스가 게재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기사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분명한 이름을 넣어줄 것을요구할 정도로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저는 Y2K실시간 뉴스서비스가 정보시대에 앞으로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 언론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자부합니다.

 ▲김상범=저는 뉴스는 역시 속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Y2K와 같은 국가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외 소식을 가장 빨리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라는 생각입니다. 특별취재팀이 첫 보도한 광주 비디오대여점 프로그램 오류발생이나 평촌 아파트 난방시스템 작동 오류 등은 해당업체나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별취재팀이 유사 사건을 지속적으로 취재해 원인을 분석, 게재하고 사고 발생시 빨리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유사한 사고가 잇따라 상황실에 접수돼 취재진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사회=취재중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휘종=취재기자로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Y2K 관련사고를 과연 기사화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도서대여점의 프로그램 오류 문제, 아파트 난방시스템 작동 중단 등과 같이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경미한 사건을 기사화해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갈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사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져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시룡=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Y2K 비상상황을 취재하면서 조심스러웠던 것은 경미한 것으로 밝혀진 피해상황 보도여부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 등 여타 선진국과 달리 민관 공동체제를 구축하면서 민간의 사소한 문제까지 지휘계통을 통해 보고되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보도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영하=Y2K 문제의 실제 피해자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취재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연휴로 사무실의 PC나 공장자동화기기 가동을 중지한 상태여서 문제발생 상황을 정밀히 파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또 이같은 문제점은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업체들도 자사의 대외 이미지를 고려해 숨기는 데 급급하고 있는데 더욱 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있을 수 있는 문제를 미리 공개하고 전문가의 처방을 받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정동수=사진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사진기자의 입장에서는 생생한 장면을 화면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쳐야 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2000년 1월 1일 0시, 2000년을 알리는 시보와 함께 각 상황실에서 초조하게 새 천년을 맞은 후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운영되고 있는 전산시스템에 안도하는 근무자들 모습을 촬영하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박효상=전 산업 분야에 걸쳐 큰 사고는 없었지만 Y2K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달이든 다음달이든 아니면 올해 안에 언젠가 추가로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Y2K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경우도 있지만 아직 상당수 업체와 기관, 개인의 문제 해결방법 자체가 임시방편이거나 미봉책이라는 데 기인합니다.

참석자 == 양승욱 차장(컴퓨터산업부·사회), 이완식 차장(편집부), 박효상 PD (뉴미디어사업본부), 조시룡 기자(정보통신산업부), 김종윤 〃 (인터넷부), 윤휘종 〃 (컴퓨터산업부), 김상범 〃 (기획취재부), 방은주 〃 (국제부), 김성욱 〃 (산업전자부), 박영하 〃 (생활전자부), 김윤경 〃 (정보통신산업부), 명승욱 〃 (국제부), 정동수 〃 (사진부)

 정리=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