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1세기 과학기술 미래를 연다 (3)

KAIST 최덕인 원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새천년을 국제화로 시작한다. 이는 국내 과학기술의 요람을 자처하며 성장을 거듭해 온 KAIST가 세계 과학기술의 요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모험과정이기도 하다.

 『KAIST는 캠퍼스 국제화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외국 저명과학자, 전임교수를 초빙하고 외국 유수 대학과 교수, 학생을 상호 교환해 내실을 다질 예정입니다. 특히 교과목 영어강의를 확대 실시해 연구능력은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과학영재를 키울 방침입니다.』

 KAIST 최덕인 원장이 꿈꾸는 국제화 계획은 세계 주요 대학과 연구교류 수준을 넘어 아예 외국 대학과 동일한 교육시스템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캠퍼스 국제화 사업으로 외국인 전임교수를 초빙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최 원장은 지난해 MIT 등 외국 대학을 방문, 저명교수 초빙에 힘써 왔다. 협상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 상반기 세계 석학들이 KAIST 강의실에서 영어로 강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들이 KAIST에 와서 전과정을 영어로 수업을 받고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대대적인 교육시스템 개편도 시도된다. 캠퍼스 내 모든 교육여건, 문화여건을 외국 캠퍼스 상황에 맞도록 바꿔야만 안팎으로 모두 국제적인 명실상부한 세계 대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재 15% 수준에 이르는 영어 강의 폭을 전과정으로 확대시켜 국내 학생, 외국 학생들이 동등한 자격에서 전공지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제화 대학으로 성장시키려면 단순히 국제 교류만을 강화해서는 안됩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KAIST로 유학을 오고 KAIST 학생들은 어느 대학에 가서도 수업 및 연구가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KAIST가 추진하는 국제화의 핵심이다.

 최 원장은 학부학생 200여명을 전세계 40여개 대학에 1, 2년간 교환과정 학생으로 보내 적응시키기로 했다. 올해 시범적으로 50명 정도의 학생을 보내는 한편 학교운영 및 해외협력 상황이 호전될 경우 대대적인 외국 대학 연수프로그램을 추진키로 했다.

 『99년은 KAIST 교육·연구활동의 탁월성과 명성을 대내외에 화려하게 알린 의미있는 한해였습니다. 박사 370명을 포함, 1606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71년 개교 이래 총 2만명이 넘는 고급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연구부문에서도 지난 한해 970건, 727억원의 연구수탁계약고를 달성했으며 첨단 과학기술개발과 연구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순수 우리 과학기술로 개발한 우리별 3호의 발사에 성공, KAIST의 과학기술개발능력과 연구수준을 보여줬으며 「두뇌한국 21사업」에 KAIST는 6개 사업단과 11개 핵심사업이 선정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이러한 성과 때문에 KAIST는 전국대학평가에서 98, 99년 2년 연속 종합 1위 및 99년 아시아지역 이공계대학 평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할 만큼 괄목 성장했다.

 『KAIST가 모델이 된 TV드라마 「카이스트」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하는 한편 국내 과학기술계의 자부심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부심 이면에는 2000년대 「세계 톱10 대학진입」목표에 대한 어려움과 두려움도 있다. 연구중심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 뒷받침돼야 할 예산의 확보가 매우 시급하기 때문이다. 예산과 좋은 연구성과는 공생공존 관계이기 때문에 대학으로서, 연구기관으로서 예산확충은 KAIST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KAIST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긴축재정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개편한 행정조직을 안정화시켜 기관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행정의 전문성 및 교육지원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내실안정을 바탕으로 최 원장은 새로운 연구재정 확보 및 연구성과 보급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새로 설립된 산학협력단이 그 중심축이다.

 『신기술창업지원단이 보육서비스 중심이라면 산학협력단은 대학의 연구기술을 산업화하는 창구역할을 하게 됩니다. MIT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학교발전기금을 확충하기 위해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 재정의 절반 이상을 이러한 수익사업에서 얻고 있으며 이는 다시 학교에 투자돼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는 데 이용됩니다.』

 최 원장은 신기술창업지원단의 보육센터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산학협력단을 통해 교수들이 개발한 연구성과물 산업화에도 나선다. KAIST가 의류전문업체와 금년중 실시할 캐릭터사업도 바로 이 협력단의 몫이다.

 또 기존 졸업자, 창업자가 낸 기금을 모아 산학협력단에서 KAIST 출신 기업에 기술 및 자금을 지원, 유망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도 추진할 예정이다. 협력단을 통해 새롬, 메디슨 등 동문기업과 졸업생을 통해 발전기금을 조성하며 새로운 수익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 세계 톱10 대학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학과 평가를 통해 정확한 우리의 위치, 장단점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계획입니다. 우리를 알아야 과학기술의 미래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과학기술전자도서관 사업에서 얻어진 경험을 토대로 사이버대학을 구축, 21세기 세계 과학기술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최 원장의 이러한 꿈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꿈대로라면 KAIST가 세계 과학기술의 요람, 첨단 벤처산업의 요람으로 자리하게 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