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탑골공원 뒷골목의 한 건물 4층에 자리잡은 순수 민간봉사단체 「중고컴퓨터 함께 나눠쓰기 운동본부」의 한성원 대표(39). 그는 이곳의 사무실 겸 작업실에서 5년째 고물 중고컴퓨터를 수리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PC를 보급해 오고 있다.
기업이나 가정으로부터 수거한 386·486급 중고PC를 해체해 쓸 만한 PC로 재조립한 뒤 고아원,장애인,소년소녀가장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급한 PC는 250여대.
대학졸업 후 기업체 전산실에서 일하던 그는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오히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컴퓨터를 통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맘 먹었다. 이런 결정이 서자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95년 프로그래머·학원강사·학생 등 컴퓨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컴퓨터봉사회」를 만들고 봉사회내에 「중고컴퓨터 함께 나눠쓰기 운동본부」(02-3673-4482)를 차렸다.
『컴퓨터를 처음 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정보 불평등과 소외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더 이상 수요자 개인적 차원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지요.』
중고컴퓨터 함께 나눠쓰기 운동의 의미에 대해 그는 『올바른 정보공유에 있다』고 말한다.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기능과 성능상 문제가 없는 데도 버려지는 폐컴퓨터를 효율적인 정보공유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혼자서 움직이기 힘든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는 외부와 통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더군다나 현 세대도 문제지만 이들의 자녀들은 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그는 장애인들이 하나 하나씩 물어가며 컴퓨터 사용법을 익혀서 나중에 고맙다는 짤막한 내용의 E메일을 보내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요즘도 컴퓨터 봉사회에는 컴퓨터를 요청하는 사람의 전화가 계속 걸려 오고 있다. 하지만 요청은 늘어나는데 PC를 기증하는 사람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가끔 기업 사무실들을 돌아다니면,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가정도 마찬가집니다. 기업체들이 쓰지 않는 컴퓨터를 많이 보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보 차별 없는 나라」. 그가 꿈꾸는 정보사회의 미래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