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2000
새로운 PC 운용체계(OS)가 나올 때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은 활기에 찼다. 「도스」가 「윈도」로 넘어갈 때도 그랬으며 「윈도 95」가 등장했을 때도 메모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OS인 「윈도 2000」이 본격 보급될 올해도 이러한 법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세계 메모리반도체업계는 일단 「윈도2000」에 대해 시장 활성화의 촉매제 구실을 할 것으로 보면서도 내심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OS가 메모리반도체시장에 미치는 폭발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업계는 「윈도 98」이 나왔을 때의 실망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98년 6월 「윈도 98」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업계는 메모리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메모리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능면에서 「윈도 98」이 이전 버전인 「윈도 95」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PC 사용자는 메모리를 추가할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PC 사용자들은 윈도 98이 나오기 전인 96년과 97년의 D램 가격폭락 때 메모리를 32MB 이상 확장했었다. 윈도 98이 실행돼도 많은 메모리가 필요한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이 없어 사용자들은 메모리를 확장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제 PC의 메모리 수요는 새로운 OS의 등장보다는 D램 가격의 하락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OS는 장기적으로 메모리 수요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OS에 맞는 응용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기본 메모리 용량을 높일 필요성이 서서히 증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모리반도체업계는 「윈도 2000」이 D램시장에 미칠 영향은 올해보다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한켠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D램시장에 대한 OS의 직접적인 영향력이 사라질 판이라는 시각도 나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 D램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OS가 아니라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라고 전제하고 『「윈도 2000」은 그 자체보다 전자상거래에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느냐에 따라 D램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2000」의 권장 메모리로 데스크톱 컴퓨터의 경우 64MB, 서버의 경우 128MB라고 밝혔다. 반도체업계가 추정하는 지난해의 PC 평균 메모리는 85MB다. 이미 「윈도 2000」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메모리인 셈이다. 「윈도 2000」으로 메모리의 확장 수요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올해 평균 PC 메모리는 145MB로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한다. 그 이유는 「윈도 2000」이나 「리눅스」와 같은 새로운 OS의 등장보다는 인터넷 활성화와 Y2K 문제 해결에 따른 대용량 PC와 게임기의 수요가 증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버 등 대형PC의 메모리가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윈도 2000」은 메모리 확장 수요를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메모리시장은 지금까지의 범용PC 수요에서 대형PC 수요 위주로 옮겨갈 전망이다.
또 아무래도 까다로운 PC 설계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OS의 등장은 PC시장을 경쟁력 있는 대형PC업체 위주로 재편할 전망이며 메모리 수요도 이들 대형업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PC업체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메모리업체 사이의 경쟁도 예년에 비해 무척 치열해질 전망인 것이다.
새로운 OS의 등장을 지켜보는 반도체업계의 시각은 『「윈도 2000」은 이제 직접적인 형태보다는 간접적으로 메모리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