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시장 "코리아 돌풍"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각각 세계 반도체업계 매출 순위에서 4위와 11위를 차지했다는 데이터퀘스트(DQ)의 발표는 국내 반도체업계가 이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성큼 올라섰음을 뜻한다.

 세계 반도체업계 매출 5위까지를 이르는 「톱 5」는 국내 반도체업계로서는 넘기 힘든 난공불락이었다.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반도체업계의 사업구조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전자가 이 「마의 장벽」을 뚫었다. 국내업체들이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이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95년 65위에 오른 이후 줄곧 6, 7위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D램·S램·플래시메모리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사업의 성장과 아울러 알파칩·복합칩·통신칩 등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안정적인 매출신장으로 처음 4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특히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최고인 5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애초 2005년께 목표로 한 「톱 3」 진입을 2, 3년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삼성전자의 예상이다.

 3위를 차지한 도시바는 75억9000만달러의 매출로 삼성전자에 비해 5억9000만달러 정도 많다. 그렇지만 성장률은 28% 수준에 머물러 삼성전자에 뒤진다. 이정도 차이면 잘하면 내년쯤이면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3위 자리를 놓고 두 회사의 불꽃튀는 경쟁이 볼만해졌다. 이번 DQ의 발표에서 11단계나 건너뛴 현대전자의 대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비록 LG반도체와의 통합에 따른 결과지만 현대전자는 단숨에 10위권을 목전에 두는 위치에 올라 세계 반도체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현대전자에 앞서 TI의 메모리사업을 인수한 미국 마이크론은 17위에 머물렀다. 현대전자가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장악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DQ의 발표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만큼 순위가 크게 오른 업체는 20위에서 3단계 오른 마이크론을 제외하고 거의 없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한국업체만이 빠른 성장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업체들이 시장경쟁력을 높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지난해 세계적인 공급부족에 따른 D램시장에서 급성장한 덕분이기도 하다. D램시장은 2, 3년 뒤 다시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한국업체들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조기 개발과 양산으로 원가경쟁력에서 계속 우위를 지키면서 동시에 비메모리 분야의 역량을 조기에 키워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제대로만 된다면 2, 3년 뒤 DQ의 발표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

 어쨌든 한국 반도체업체들은 이번 DQ의 발표로 새해벽두부터 신선한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신화수기자 hsshin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