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2000년(Y2K) 인식오류 문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다.
97년말부터 Y2K 문제로 혼란에 빠진 각국 정부는 치밀한 계획과 공조체제 구축으로 Y2K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IMF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정부와 민간 정보기술(IT) 업계가 힘을 합쳐 큰 어려움없이 Y2K 문제를 극복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Y2K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의지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민간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독려한 정보통신진흥협회의 숨은 노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진흥협회는 96년 4월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정부 관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간업체 중심의 대책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1월에는 국내 기업들의 Y2K 해결결과를 검증해주고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거래할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인증서를 발급하는 역할을 하는 한국Y2K인증센터를 설립했다.
96년 국내 처음으로 Y2K 문제의 심각성을 주장한 뒤 지난해까지 문제해결의 최전방에서 민간부문을 진두지휘한 최성규 한국Y2K인증센터 원장은 Y2K문제가 본질적으로 미국 상업주의의 횡포라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네트워크 장비 등 Y2K 문제발생 가능성이 있는 대다수 장비는 미국 기업이 판매한 것인데 미국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Y2K 특수를 만들어 또다시 제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미국은 특정상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가 문제원인 증명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제조자가 그 상품에 과실이 없음을 증명해야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제조물책임법이 있다』며 『그러나 미국 정부는 Y2K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이와 관련한 소송을 제한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는 등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최 원장은 『미국은 Y2K 특수를 활용하기 위해 언론 등을 통해 문제의 피해를 과장했으며 일부 미국 업체는 Y2K전담 부사장 등을 임명해 각국에 Y2K 솔루션 영업을 펼치기도 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의 도움없이 Y2K를 잘 극복해 미국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통신진흥협회가 일부 공무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설립한 한국Y2K인증센터는 미국 인증업체들의 국내진출을 막아내는 방어막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99년 4월부터 운영한 Y2K부당행위상담센터는 Y2K를 핑계로 과도한 업그레이드 비용을 요구하는 외국 업체들의 횡포를 저지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최 원장은 『중대형 서버를 공급하는 한 다국적 기업이 Y2K 문제와 관련해 국내 고객들에 유상 업그레이드 방침을 제시했으나 Y2K부당행위상담센터의 권고로 이를 무상으로 전환했다』며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무상 업그레이드 방침이 다른 다국적 기업들로 확산돼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저명인사들과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상업주의에 이용당하는 모습도 발생했다.
최 원장은 『KAIST의 한 교수는 전국민이 시청하는 방송 토론회에 참석해 국내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단지 외국의 잡지나 뉴스만 보고 우리나라의 Y2K 해결노력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 국가신인도를 추락시키고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더해줬으며 또 일부 전문성이 결여된 시민단체는 대 혼란이 일어난다며 비상식량을 준비하라는 등의 과장된 위기상황을 조장했다』며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반드시 국민에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우리나라가 Y2K문제에 대처하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점으로 『우리가 공식, 비공식으로 아시아 IT산업의 1위인 일본보다 한수 위임을 증명한 것』을 꼽았다. 일본에서는 원자력발전 등 사회 핵심시설에 문제가 발생했으나 우리는 자영업자 등 지엽적인 문제만 발생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번 대처를 통해 민·민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했다는 점이다.
최 원장은 『Y2K상황에 대처하고 특히 독자적인 인증모델 방법론을 정립하기 위해 30대 그룹 IT전문가들과 98년 8월부터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공조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같은 노력이 외국업체들의 Y2K 특수를 무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최 원장은 민간부문의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지원한 전문 기술인들의 숨은 노력을 꼽았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민간부문의 Y2K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었다』며 『이들이 밤을 새우며 자세한 상담과 현장출동 등의 활약을 벌였기 때문에 일부에서 발생한 Y2K문제가 초기 진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
* 약력
△48년 경기 수원 출생 △90∼99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기획조정실장 및 사업관리본부장 △92∼95년 국제전자상거래협의기구(ECWI) 이사 역임 △92년 한국멀티미디어협의회 운영위원(현재) △97년 국무총리실 Y2K민관대책위원회 위원(현재) △99년 3월 한국Y2K인증센터 원장(현재)
△주요 정책보고서 및 연구논문 : 「국가전산망 안전신뢰성 기준에 관한 연구」(91. 11), 「고도 정보화사회 구현을 위한 EDI 활성화 대책」(96. 9), 「국가전산망 재난복구시스템에 관한 연구」(9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