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과학> 초소형 비행체

 승객과 승무원 400여명을 태운 여객기 납치현장. 인질들을 위협하는 등 시시각각 변하는 긴박한 상황의 여객기 내부를 납치범 몰래 파악할 수 있다면? 또 안개가 자욱한 칠흑같은 전쟁터에서 적진 상황을 손 대지 않고 파악할 수 있다면 백전백승이 틀림없다.

 첩보영화, 공상과학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이른바 초소형 비행체(마이크로 에어 비클)가 새 천년을 맞아 현실화하고 있다.

 왕잠자리 만한 크기에 전자카메라와 영상 송수신장치, 초소형 가스터빈을 장착하고 사람 대신 원하는 곳에 과감하게 잠입한다.

 초소형 비행체는 대략 15㎝ 크기에 무게 6∼8g 정도. 왕잠자리보다도 가볍다.

 초소형 비행체 개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역시 미국. 국방선진연구국(DARPA)은 최근 록히드마틴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과 연구비 1000만달러에 「마이크로스타」로 명명된 초소형 비행체 상용화를 위한 연구협약을 체결했다.

 미 DARPA가 적어도 2∼3년 안에 실전배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로 스타의 기본형은 이미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소가 시험비행에 성공한 15㎝의 「블랙위도」. 최근의 시험비행에서 시속 70㎞로 16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 미국은 이 초소형 비행체를 대당 1000달러에 지상군 분대단위까지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 해군은 연필모양의 프로펠러 엔진을 탑재한 무게 6g의 초소형 비행체를 개발중이다. 여기에는 무게 1g, 지름 2.6㎜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생화학무기 탐지나 격추된 조종사의 위치를 탐지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초소형 비행체의 기네스북감은 중국 상하이 지아동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18㎜의 스파이 헬리콥터로 땅콩 만한 크기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초소형 비행체 기반기술은 MEMS라 불리는 극미세 기계기술로 다양한 비행체와 엔진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행체로는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으면서도 가벼운 탄소복합 재료로 이루어져 있고 엔진은 무겁고 폭발위험성이 큰 배터리 대신 초소형 가스터빈이나 수소연료를 이용한 연료칩을 쓴다. 추진방식은 프로펠러를 응용한 것이지만 비행체 날개를 동물의 날개처럼 펄럭이며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물의 생화학근육의 원리에 대한 연구도 한창이다.

 초소형비행체에는 극소형의 자동항법장치와 영상정보 송수신장치 등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극소형인만큼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각종 통합기술이 적용되는데 날개의 경우 안테나 기능을 겸하고 엔진은 동체와 같이 결합돼 만들어진다.

 초소형비행체에 대한 연구는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창 진행중이며 우리나라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이 이 분야에서 상당한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다.

 KIST는 이미 50㎝의 고정밀 날개를 가진 비행체의 시험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15.5㎝의 단일 로터형 초소형 헬리콥터를 개발, 시험에 성공했다.

 특히 초소형 비행체의 동력원으로 유력한 35㎜ 회전형 초소형 모터와 25㎜ 직선구동형 초소형 모터 개발을 완료한 상태며 MEMS기술을 이용해 분당 100만 회전의 초소형 가스터빈을 조립, 시험을 앞두고 있다.

 직선구동형 초소형 모터는 선진국에서도 아직 발표하지 않은 신기술이다. KIST시스템연구본부 김성일 박사는 『초소형 비행체는 군사용으로 사용이 유력시되나 원전 등과 같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