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태풍 「토네이도」로 커져 나갈 것인가.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업체들은 미국의 한 반도체디자인업체가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저마다 진상 파악에 들어갔다.
국내 반도체 및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업체들은 침범했다는 특허가 이미 오래 전에 나온 기술로 대수롭지않게 여기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특허 내용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미 플라즈마피직스사와 솔라피직스사가 이번에 특허 침해 소송을 내면서 내건 특허권은 3가지다.
이 기술들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화학증착기술(CVD)이며 나머지 하나는 TFT LCD의 설계 원리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특허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CVD는 웨이퍼에 회로를 입힐 때 화학약품을 사용해 필요한 부문만 남길 수 있는 기술이다. 특허명만 놓고 보면 반도체 및 TFT LCD 생산에 필요한 기초적인 설계 원리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전자·현대전자 등은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회사의 특허가 20년 전에 출원된 것으로 원론적인 내용일뿐, 특허 침해 소송까지 낼 정도로 「의미있는」 기술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에 들어가도 크게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그렇지만 최근 지적재산권의 범위를 폭넓게 잡는 세계적인 추세에서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특허 전담 인력과 미국 현지법인에 구체적인 특허 내용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국내 반도체 및 TFT LCD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 소송 제기 사실을 알았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않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상황 판단이 끝나는 대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번에 국내업체뿐만 아니라 일본업체까지 무더기로 소송당한 상황에서 업체마다 단독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한·일 업체가 모여 공동으로 대책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및 TFT LCD업계는 이번 소송의 대리인이 미국의 「피시&니브」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법률회사는 지난 89년 폴라로이드사가 이스트만코닥사를 상대로 즉석 카메라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을 맡아 유명해진 회사다. 그 소송에서 폴라로이드는 9억2500만달러를 배상받았다.
국내 반도체 및 TFT LCD업체들은 이러한 특허 전문 법률회사가 이번 소송에 관여한 것에 대해 심상치 않다고 보고 내심 긴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 대해 로이터 등 외신들도 거대한 반도체시장 규모와 무려 13개에 이르는 피소업체를 감안하면 사상 최대의 특허소송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번 소송이 올해 시장을 낙관하며 생산량을 대폭 확충한 국내 반도체업계와 TFT LCD업계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을 지, 아니면 한낱 해프닝으로 그칠 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