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진흥원 지적, 독집제작사들 "설땅"이 없다

 정부의 독립 제작사 육성책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외주제작 의무편성 정책의 효과 및 개선 방향 연구(책임 연구:송경희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1년 3%로 출발한 지상파 방송사의 외주제작 의무편성 비율이 99년 10월 현재 18%선까지 높아졌으나 실제 외주 비율이 법정 수준을 밑돌고 있으며 외주물도 소모성 단발성 프로그램이 많거나 주시청 시간대에 배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8년 외주 비율이 20% 증가했으나 실제 외주비율은 KBS의 경우 법정 고시 비율의 65.6%, MBC는 92.5%, SBS는 7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부분 외주나 외화의 더빙 연출, 재방송, 캠페인 제작 등으로 메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제작비 기준의 외주 제작시장 규모는 고시 비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오히려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외주 제작 프로그램의 94%가 방송사로 저작권이 귀속돼 창구 유통, 유통을 통한 부가 이익의 창출, 방송사의 독점적인 구조 완화 등의 효과를 낳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주물 수급 거래시에 방송사와 독립제작사와의 하도급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며 외주 프로그램 제작시 방송사 시설 및 인력의 의존도가 높아 지상파 방송사의 독점적인 지배력이 외부 시장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방송사가 독립 제작사에 발주하는 외주물은 소모성 단발성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아 독립 제작사의 경영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외주 제작물이 주변 시간대에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외주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다양한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의무 비율 정책이 방송사에 의해 변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전체 프로그램 길이의 75% 이상이 외주 제작된 경우에만 외주 제작물에 포함시키고 외주 비율의 적용범위를 전체 편성시간뿐 아니라 장르별, 시간대별로 골고루 분포하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공영방송의 일부 시설을 매각해 방송사의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공적기반의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령 KBS별관을 정부에 매각해 이를 독립 제작사를 위한 공적 기반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방적 인사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사와 독립 제작사의 PD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방송사나 독립 제작사로 진출입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를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또한 프로그램 공급주체인 지역민방, 지상파 방송의 지방 계열사, 케이블PP 등의 프로그램 생산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역민방의 SBS프로그램 편성 제한, MBC 지방계열사의 민영화, 케이블PP의 MPP전환, 영화산업과 방송산업의 연계 등 콘텐츠 사업 육성 차원의 매체 정책이 이뤄져야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대안적 네트워크의 육성방안, 뉴미디어 채널 정책, 지상파 방송사의 구조개편 유도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체제는 절대적 제작비를 상승시키면서도 거래 비용의 삭감,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기존의 지역 민방, 케이블PP 채널이 지상파와 경쟁할 수 있는 정도의 네트워크 파워를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도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케이블TV와 지역민방 프로그램을 케이블 및 위성을 통해 전국적으로 배급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 보고서는 또한 앞으로 도입될 위성방송의 경우 운용 초기부터 자체 제작보다는 외부 제작 중심의 방송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채널의 도입을 허용할 때 국내 채널의 개설을 의무화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또 지상파 방송사는 외주비율 준수나 저작권 소유 관행 등 독점적인 관행을 개선한 후에 위성방송 채널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 제작사 육성을 위해선 방송장비 및 시설을 빌려주는 임대 시장도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공적 건물에 공적인 설비를 해주고 낮은 이용료를 지불하고 제작사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