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정보기술을 판다는 것은

김정근 LGEDS시스템 상무

 『정보화한다고 외부 전문회사의 영업사원을 불러 얘기해 보면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한다는 건지 가격이 딱 부러지게 얼만지 최종 제품이 무엇인지…, 그저 자기들 실적이 어떻고 회사에 어떤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잘 할 수 있다는… 등등 떠들어 대는데 난 그런 거 관심 없고 우리 회사에 납품하는 서비스가 뭔지 알고 싶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종종 듣는 얘기다. 나는 이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IT 업체들이 왜 고객의 이러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할까 고민도 해 본다.

 고객들이 즐겨하는 이야기처럼 『정보화의 최종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 아파트 분양처럼 모델 하우스라도 지어서 제시해야 우리처럼 모르는 사람이 감을 잡을 것 아닌가』라는 주장에 충분히 공감한다.

 시스템 통합(SI)은 정보통신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듯이 「System Integration」의 약자로서 고객의 문제해결이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정보기술을 통합, 구축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네트워크 등의 단순한 통합이 아니어야 한다는 뜻에서 솔루션 통합이라고도 불리며 다양한 솔루션을 통합해 최적의 종합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데 모든 관심과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SI 업체의 핵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킨다는 측면에서 요즘 세간의 SI 영업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두르는 점에서는 고객과 SI 업체 모두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SI 서비스의 구매나 영업을 마치 어느 정도의 안목과 경험을 통해 전시장에 나열된 제품을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가전이나 의류 제품의 경우와 동일하게 생각한다면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완성된(Ready-Made) 상품으로서 품질과 디자인 등이 눈에 보이고 경쟁 제품과의 비교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SI 서비스는 고객마다 독특한 요구사항, 의도하는 목적, 기존의 정보 환경, 업무처리 방식 등에 기반한 주문 생산 상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SI 서비스는 고객에게 와 닿지도 않을 뿐 만 아니라 자칫 중복 또는 과잉투자를 초래하는 우를 범하는 수도 있다.

 따라서 고객은 자신들이 하려는 것을 혹은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개방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SI 영업 대표자는 고객의 요구사항과 속내를 각 요소별 정보기술 전문가에게 해석해 전달하고 그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조직적인 종합 해결책을 수립해야 한다.

 결코 개인의 한정적인 지식이나 경험만으로 고객에게 즉답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할 행동이며 이미 보유한 서비스에만 집착하는 것보다 새로운 해결책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기술을 판다는 것은 곧 고객의 사업을 잘 이해하고 고객의 고민을 같이 연구하며 해결안을 함께 도출해 가는 과정이다. 당연히 상호간의 깊고 진솔한 대화가 전제돼야 할 것이고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미래의 결과는 상호 신뢰 관계로 극복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