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1세기 과학기술 미래를 연다 (4)

표준과학연구원 은희준 원장

 『21세기 WTO 글로벌 체제에서는 국제간의 정보교류와 교역이 커지면서 표준과 표준화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표준연은 국제 도량형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 표준기관 사이의 측정표준상호 인정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은희준 원장의 국가표준과 국제표준화에 대한 원칙은 확실하다. 은 원장은 무역이 늘고 국가간의 교류가 증가함에 따라 표준에 대한 역할은 강조될 것이고 이에 따른 국가의 표준제정, 국가표준기관간의 대외협력 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체제하에서는 국가의 표준작업이 정확해야 하고 세계 표준이 올바르게 적용될 때 세계 모든 민족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정확하고 올바른 제품이 나올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표준의 역할이다.

 『우선 연구소 기관고유사업의 국제표준개발분야를 크게 강화할 것입니다. 또 선진국과 핵심측정분야에 대한 능력비교사업을 확대해 국내 표준과학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확대해 나가기 위해 측정과학 기초연구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입니다.』

 표준연의 21세기 프로젝트에는 국제표준기관과의 협조, 국가적 표준상호인정 등 굵직한 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제 교역이 증가하는 21세기에는 표준화의 정착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표준연의 연구성과물을 산업계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예정이다. 그간 표준연은 연구수행의 효율과 생산성 제고에 힘써왔으나 연구결과 활용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결과가 보고서 형태로만 남아 사장되거나 비슷한 연구가 기업에서 반복되는 등 낭비요소가 많았다. 더욱이 표준 관련연구는 기초연구성격이 강해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에서 추진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따라서 은 원장은 가칭 「연구성과확산사업기획단」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단에서는 연구소에서 수행하는 각종 연구사업 결과를 산업에 전수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는 연구성과물은 물론 현재 연구중인 내용도 모두 포함된다. 사장됐거나 사장될 연구결과를 재활용해 산업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기업을 대상으로 재활용되는 기술은 모두 무료지원을 원칙으로 추진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은 연구원의 몫입니다. 원장이 해야 할 일은 연구원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연구원 스스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연구개발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기관장의 잦은 간섭은 오히려 연구개발에 장애가 됩니다.』

 은 원장은 각 부문 과제책임자들은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연구과정에 대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려 한다. 표준연의 결재과정이 가장 빠른 것도 이런 생각에서 기인한다. 연구책임자들이 결재판을 들고 다니는 것에 대해 그는 질색을 한다. 결재 때문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연구에 매달리는 것이 연구소와 국가 장래를 위해서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표준연의 앞길에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연구수행조직의 대대적인 개편작업이다.

 『표준연 연구조직은 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연구수행조직으로 학제적인 대형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힘들고 급변하는 기술개발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표준연은 올 상반기 국내외 유사기관의 연구수행조직 장단점을 충분히 분석한 뒤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조직에 의한 연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두번째는 연구인력에 대한 젊은 피 수혈이다.

 표준연의 연구조직은 책임급 연구인력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연구인력들이 전반적으로 고령화돼 있다. 젊고 참신한 연구인력 확보가 시급하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이에 대한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올해부터 한시적으로 연구소 전직원이 인센티브 10% 반납하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연구소 인력문제를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연구소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기존 연구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기존 인력의 연구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1년 이상씩 수행되고 있는 기관고유사업의 수행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해 연구수행의 강도를 높이려 한다. 특히 연구과제 기간을 앞당기되 남은 2개월은 연구원 각자가 활용계획을 수립해 운영하고 이를 평가,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저는 원칙주의자입니다. 표준화를 연구하는 기관이니 만큼 원칙은 매우 중요합니다. 원칙이 흔들리면 기관이 흔들리고 기관이 흔들리면 국가 표준이 흔들립니다. 이것이 표준화에 대한 원칙입니다.』

 원칙론자 은 원장의 기관운영방침이자 표준에 대한 생각이다. 이러한 원칙은 그의 표현대로 「고지식했던」 연구원을 21세기형 연구원으로 바꾸는 데 큰 힘이 될 듯 싶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