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새천년을 맞이했다.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를 지나 이제 21세기 지식사회 건설이라는 국가적 명제를 수행하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 영원한 후발주자라는 자괴와 오명을 벗어나 디지털 경제로 대변되는 21세기에는 우리도 이제 선두주자로 한번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를 돌이켜 보고 현재 우리의 모습을 직시함으로써 잘못된 유산을 과감히 청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기반성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21세기는 인터넷 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팽창이 거세게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급속한 디지털 경제사회의 도래는 앞으로 우리 사회전반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전자신문사에서는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사회를 맞아 우리가 준비하고 갖춰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인지를 각계의 대표들과 함께 살펴보고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새천년 지식사회 건설을 위한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특별좌담회는 지난 7일 여의도 63빌딩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인 국민회의 김영환 의원과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 정보화 정책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효석 원장, 그리고 숭실대 컴퓨터학부 오해석 교수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새천년 특별좌담회에서 오고간 대화를 정리했다.
편집자
사회: 오늘의 토론은 「새천년 지식사회 건설을 위한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원활한 토론을 위해 몇가지 이슈가 되는 소주제를 나눠 하나씩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21세기의 화두는 역시 인터넷 혁명, 이와 아울러 전자상거래의 도래가 될 것같습니다. 이것을 묶어 디지털 경제의 도래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또 벤처기업의 바람직한 육성책에 대한 논의도 하나의 소주제로 삼겠습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들이 자리한 만큼 우리의 정치 및 정책에 있어서 어떻게 발맞춰 가야 할 것인지, 또 정보시대를 위한 우리의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토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앞서 새천년 시작과 함께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이 Y2K였던 만큼 이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영환 의원: Y2K는 컴퓨터의 날짜 인식오류 문제이지만 크게 봐서 사회적 안정성에 관한 문제였다고 봅니다.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사회적 안전불감증 때문에 사건·사고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과연 Y2K 문제를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도 상당히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를 믿어야 하면서도 혹시 큰 문제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예감도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 자리한 이상희 의원께서 발의한 Y2K특별법이 뒤늦게나마 제정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발생시 집단소송에 대비하자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Y2K문제를 큰 사고 없이 넘기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에 대비해 노력해준 공무원이나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희 의원 : 정보사회에서 정보시스템·네트워크시스템이 얼마나 안전한가 하는 것은 국가적 신용의 충실도를 가늠하는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는 전자상거래·전자금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가적인 신인도와도 연관된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Y2K문제는 Y2K 그 자체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정보사회의 안전문제에 대한 마인드를 확산시켜준 하나의 계기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앞으로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Y2K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속적으로 살펴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선진국들의 자세에서 배울 것이 있습니다. Y2K문제와 관련해 그들은 법적인 뒷받침을 위한 정치적인 노력을 일찍부터 열심히 해왔습니다. 이제 법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보다 그 법을 통해 국민에게 교육을 시키고 예방조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을 미리 일러주는 역할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을 앞으로 정치권에서 면밀히 살펴야 할 것입니다.
김효석 원장: 어떤 사람은 Y2K를 두고 시대의 사기극이 아니냐, 미국사람들의 장사속이 아니었느냐 하지만 기본적으로 Y2K는 이솝의 우화와는 다른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고가 안생기니까 이런 말들을 더 하는 것 같습니다. Y2K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보마인드 확산에 대단히 중요한 계기였다는 것입니다. 컴퓨터가 우리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전국민이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번 Y2K문제를 계기로 우리의 정보화 수준이 한단계 높아지지 않겠는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봅니다.
사회: 중요한 점을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토론의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인터넷 혁명과 전자상거래를 묶어 얘기를 해보지요. 지난해 말 한국전산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도 인터넷 사용자가 700만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올해 말이면 10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가히 혁명적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가 시장 질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 원장: 우선 인터넷 사용자 수 집계방식이 너무 보수적입니다. 아마도 미국식으로 집계하면 우리 인터넷 사용자는 1000만명이 될 것입니다. 올해 1000만, 오는 2002년까지 1200만을 예상하는데 두고 보십시오, 내년 말까지 2500만명은 무난할 겁니다. 이렇게 확신하는 근거는 이제 인터넷은 그동안 사용했던 것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을 예로 들면, 지금 우리는 핸드폰 가입자가 2500만명입니다. 이제 주식거래나 인터넷 접속을 핸드폰으로 하게 됩니다. 250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PC를 통해서만 인터넷에 접속하던 시대는 끝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측하는 인터넷 이용자 수는 항상 현재의 기술만으로 집계하는 것입니다. 또 인터넷의 총 볼륨은 사용자 수만으로 얘기하면 안됩니다. 사용자 수에 사용하는 양을 곱해 계산해야 합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인터넷 볼륨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는 얘기가 되지요. 그만큼 시장규모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입니다.
김 의원: 예견은 했지만 놀라운 변화가 며칠 사이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민도 아마 한편으로는 기대를 하면서도 당황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급속한 변화의 요인이 무언가 생각해 보면 역시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벤처기업을 만들거나 이런 분야에서 일하면서 자기 개발도 하고 성취도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만큼 정치권이 변화를 선도하거나 뒷받침하기는 커녕 변화를 예견하고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어서 안타깝습니다. 대통령의 신년사는 그런 점에서 저로서도 신선하고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제 국가사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21세기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각 부처와 공무원들도 이제 평면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회: 인터넷 혁명, 이를 통한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확산 등 사회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정치권 또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 의원: 시대가 변하는데 정치가 정체돼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여당이니 야당이니 하는 것을 떠나 이제 시대의 변화를 정치가 먼저 선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전자정부 진입을 위한 강력한 노력을 정부가 스스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혁명시대에 정부가 선도적 기능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변화하려는 사회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전자정부 구현은 우리 사회가 디지털 경제로 가기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자정부와 더불어 정치도 전자민주주의로 빨리 뒤바뀌어야 합니다. 선거법에 있어서 최근 사이버상의 정치활동을 사전선거 운동이라고 규제하고 있는데 오히려 사이버상의 정치활동은 적극 유도하는게 현명하다고 봅니다.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정치는 좋은 정치입니다. 정치권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 의원: 사전선거운동에 대해 규제하는 것은 사실 돈쓰는 선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볼 때 사이버상의 정치활동은 돈 안쓰는 깨끗한 정치의 한 표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저도 전자우편을 통해 메시지를 동시에 네티즌들에게 보내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전선거운동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때문에 선거 이후로 미뤘습니다. 이런 것은 권장하는 쪽으로 정치활동을 풀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넷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엄청난 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데 반해 정치권의 대응은 조악하고 준비가 미흡하다는 생각입니다. 크게는 정치권에 포함되는 정부·관료의 변화도 답답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정치가 국민을 선도해 나가고 미래의 변화에 국민적 지침이 돼주지 않으면 국가사회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김 원장: 전자정부는 의지만 갖고는 안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정부기관간 주민등록 DB조차 공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숙원과제입니다. 정부 부처에 가보면 동사무소에서 이것 저것 떼어오라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정부기관내 DB만 공유하면 될 문제인데도 말이지요. 기업이 고객에게 A라는 부서에서 서류를 떼다가 B라는 부서에 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정부에 있어 국민은 고객인데, 같은 정부인데 A라는 부처에 가서 서류를 떼다가 B라는 부처, C라는 부처에 가서 내라는 이런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자정부는 허울좋은 얘기일 뿐입니다. 이미 우리의 전자정부에 관한 액션 플랜은 마련돼 있습니다. 단지 실천이 안되고 있을 뿐입니다.
사회: 자료를 보니까 미국에서는 사이버 로비스트, 인터넷 정치 마케팅 분야에 프로급 에이전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4년에는 정치자금 모금의 80%가 인터넷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캘리포니아·플로리다·미네소타주 등에서는 사이버 투표법안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권의 변화가 예견되는 상황입니다.
이 의원: 사이버 세계로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 법치국가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입니다. 단 이제 법의 역할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헌법의 기조가 영토·국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제 사이버 영토·사이버 캐릭터가 경제주체가 되는 현실을 고려해 헌법의 기조도 사이버법이라는 새로운 틀을 생각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산업사회를 기반으로 한 법체계를 정보사회에 맞는 법체계로 바꾸는 큰 틀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원장: 인터넷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이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폐쇄적입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장치가 있는데도 그걸 놓치고 있습니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인프라로서 인터넷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회 : 통계에 의하면 지난 한해 동안 총 2800개의 벤처기업이 창업했습니다. 그 이전의 2000개 정도의 벤처와 합하면 현재 모두 4800개의 벤처기업이 있는 셈입니다.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해 오는 2002년까지 2만개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코스닥시장을 보면 벤처기업을 통해 신예 스타들이 나타나 주식시장을 선도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러한 벤처기업에 대해 현재까지를 간단히 정리해보고 새로운 벤처기업 육성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이 의원: 우리나라는 자유시장 경제라는 간판을 달고 있고 중국은 통제경제라는 간판을 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한국은 규제나 통제 등이 심해 내용은 통제경제이고 중국은 통제경제 간판을 달고 있지만 내용은 우리에 비해 자유시장 경제다 하는 얘기를 합니다. 이제 정부의 관리에 의한 벤처산업 정책보다는 시장의 자정기능이 이뤄지는 경제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벤처를 지도해야 합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시장 경제체제가 더욱 확고해지기 위한 투자로 생각해야 합니다.
김 의원: 저도 10년 전에 벤처를 창업했었는데 정말 혼이 났습니다. 그때 제가 얻은 결론은 우리나라에서 벤처하기가 정말 어렵구나, 장애가 너무 많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 이런 생각을 수정하게 됐는데, 현상적으로 벤처가 많이 나오고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역시 결정적인 계기는 인터넷이 몰고 온 변화때문입니다.
글로벌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시장에 대한 우려도 없어졌고 자본에 대한 우려도 코스닥시장을 통해 씻었습니다. 이제 돈이 없어 벤처를 못하는 것은 벗어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좀더 천착해볼 필요가 있고 그것을 보완하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 벤처기업의 육성이라든가 발전과정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원장: 우리 경제에 새로운 물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과거에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를 바꾸려고 얼마나 노력했습니까. 사람이고 돈이고 모두 대기업으로 몰려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수한 인재나 자금의 확보에 있어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이 훨씬 유리한 입장입니다. 벤처기업은 부채비율이 제로입니다. 스톡옵션을 통해 종업원들이 모티베이션을 갖고 일하고 있고 연구개발(R&D)투자도 일반 대기업에 비해 훨씬 높지요.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이상적인 기업모델을 벤처기업들이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벤처기업들의 이러한 열기와 에너지를 더욱 키워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벤처 거품론이 나오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시장이 걸러가면서 발전할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벤처의 거품론이 거세지면서 코스닥 쪽에도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우려가 됩니다.
사회: 빌 게이츠 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가치를 평가하면 개인재산이 무려 120조원으로 우리나라 예산보다도 많다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산평가가 4000억달러로 우리나라 거래소에 상장된 전업체의 가치총액보다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제 이런 것이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벤처기업의 시가 총액이 어느 그룹과 맞먹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미국의 벤처기업 성공사례가 한국으로 이행해 오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벤처기업의 육성이 지속돼서 더 많은 벤처기업 성공사례가 나와줬으면 합니다.
김 의원: 한가지 덧붙이자면 벤처기업이 성장하고 코스닥 주가가 뛰고 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인데 그 가운데 하나가 서민들이 갖는 무력감같은 것입니다. 뭔가 변화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초조함이나 위화감같은 것이지요. 이러한 부작용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또 하나가 산업시대의 인프라를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모두가 정보통신이나 인터넷만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우려가 됩니다. 정보사회와 산업사회를 통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산업사회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어떻게 정보사회에 접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깊이있게 논의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절적이거나 청산적인 것으로만 산업사회를 이해하면 오히려 정보사회의 발전에 제약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김 원장: 많은 서민들이 위화감을 느낀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인터넷 혁명·디지털 경제의 도래는 기존질서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에게 꿈을 주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재벌로 대표되는 소유의 집중문제를 깰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젊은이들이 무일푼이라도 자기가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기존 산업과의 문제인데 디지털 경제를 볼 때 인터넷 산업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농업이나 제조업도 인터넷과 접목하는 시대입니다. 디지털 경제·디지털 산업이라고 할 때는 새로 태어난 산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모든 산업이 인터넷과 접목해 디지털 산업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 의원: 결국은 현실성과 당위성에 대한 문제를 합일하는 것이 일종의 정치라고 생각합니다만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의 문제일 것입니다.
사회: 자연스럽게 교육의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교실의 황폐화는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아직도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40%가 PC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선생님들은 인터넷 시대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교육의 정보화는 PC 보급대수 문제가 아니고 내용의 문제입니다. 인터넷 혁명시대를 맞아 우리 교육은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 미래지향적인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 의원: 앞으로 기존의 학교체제는 붕괴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교육체제의 IMF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각에서 우선 제도적으로 영재교육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천재를 육성하자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키워나가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각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면 그것이 영재라는 시각에서 재능을 키워 전문화·특성화하는 영재교육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이제 우리 교육자체가 개방형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대학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중심으로 일종의 사전 커리큘럼을 받게 하고 거기에 따라 어떤 과목은 A대학에서 어떤 과목은 B대학에서 이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을 인정해 주는 그런 가상교육·개방교육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시범적으로라도 당장 도입해야 합니다. 앞으로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은 교육에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정부의 역할도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로서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할 겁니다.
김 의원: 교육은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핵심문제였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인 것 같지만 우리 초등학교에 도서관이 없습니다. 전국 6000개의 초등학교 가운데 도서관이 있는 학교는 불과 90개 정도입니다. 도서관이 없는 학교에서 과연 창조적인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도서관을 전자도서관화해야 합니다. 학교마다 양호교사를 한 명씩 두고 있는데 이제는 초등학교에 정보교육 교사가 필요합니다. 아니면 그런 능력을 전교사들이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할 일이 많겠지만 조그만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영재교육기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정보사회의 중요한 자산인 콘텐츠 확보를 위해 문화적 마인드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원장: 교육에 관해서는 많은 분야에서 논의가 돼야겠지만 정보화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우리 학교의 정보화 인프라가 너무 미흡합니다. 현재 1만4000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초고속망에 가입된 학교가 3000개에 불과합니다. 가입된 학교도 대부분 256Kbps 이하이거나 근거리통신망(LAN) 시설이 제대로 안 돼 있습니다. 초고속망을 설치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교육 내용과의 접목입니다. 지금도 학교에 가보면 PC룸이 따로 있고 가르치는 것은 옛날 방식인 학교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돼야 할 것입니다.
사회: 문제점 하나 지적하고 가겠습니다. 새로 배출되는 초등학교 교사들은 정보화 교육을 얼마나 받는가 하는 걸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대학의 컴퓨터 교육과목이 단 2과목이었습니다. 이는 교수들이 자기과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들이 어떻게 정보화를 이끌어 가겠는가 우려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의 수출이 총 398억달러였습니다. 이는 우리 전체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무역수지면에서 보면 정보통신 산업은 총 14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60%에 해당합니다. 올해에는 정보통신 산업의 수출이 445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참고해 이제 결론을 부탁드립니다.
김 원장: 일부에서는 디지털 경제의 중요성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보통신 산업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작습니다. 6.4% 정도입니다. 그러나 성장률을 보면 달라집니다. 과거 5년 동안 우리 전체 산업의 성장률이 4.7%였지만 정보통신 산업의 성장률은 26.9%였습니다. 전체산업 성장률인 4.7%도 정보통신 산업이 끌어올린 것입니다. 그리고 GDP성장의 기여도는 전체 3분의 1 이상입니다. 이미 우리 국민경제는 디지털 경제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폭발을 생각하면 디지털 경제가 이미 우리 앞에 펼쳐져 있고 더욱 비중이 커질 것입니다.
김 의원: 정보사회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결국은 사람에 관한 문제라고 볼 때 어떻게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21세기에는 두 개의 깃발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바로 정보화와 문화 그리고 교육입니다. 창조적 상상력을 갖는 인간형을 중시하고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교육체제를 만들고, 그런 사람을 우대하는 사회를 만들 때 디지털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역시 정치는 그런 사람들을 뒷받침하고 그런 사람들을 만들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취임사에서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 셋째도 교육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점에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정리=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