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 한해 부품업계의 회사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변수 중 하나로 환율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IMF 사태로 인해 98년 2000원까지 치솟으며 연평균 1400원대를 유지했던 환율은 지난해 정부와 민간기업의 외자유치 노력 등에 힘입어 외국자본이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1200원선이 무너진 데 이어 2000년들어 10일 현재 1130원 수준까지 하락, 110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대다수 경제전문가와 기업관계자들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 평균환율이 1100∼1150원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율하락은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부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물가안정같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만 수출위주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중소부품업체들에는 환율하락이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다지 반갑지 않은 변수임에는 분명하다.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S사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1원 하락할 경우 연간 6억원의 수익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혀 환율하락이 수출위주 기업들의 수익성을 얼마나 악화시키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환율하락이 미치는 영향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의 하나인 반도체의 경우에는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인쇄회로기판(PCB)·코어·코일부품·소형모터 등 일반부품의 상당수 품목들은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 평균환율이 1100원 이상을 유지할 경우 큰 재미는 보지 못하더라도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1100원선이 무너질 경우 PCB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수출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들어 원화절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엔화가 강세현상을 보이면서 그동안 동남아시장 공략에 주력했던 소형모터와 스위치·전원공급장치 생산업체들이 일본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대일 수출물량이 늘고 있는 것은 환율하락으로 수출물량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에 위안이 되고 있다.
한편 환율하락은 대기업보다 중소 부품업체들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데 이는 세트업체들이 환율하락으로 수출물량 확대에 애로를 느끼는 중소 부품업체들에 환율하락을 이유로 부품 공급가격의 인하를 요구하면서 부품업계의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사실상 세트업체인 대기업들은 수출위주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상당수 계열사들이 수입위주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자체적으로도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전체적으로 볼 때 환율하락이 그다지 치명적 요인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떨어지면 가격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을 중소 부품업체에 고스란히 전가해 「손 안대고 코 풀기」식으로 환율하락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세트업체의 이같은 이기주의적 태도는 가뜩이나 환율하락으로 인해 직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부품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대기업과 중소 부품업체의 공조체제 구축에 부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수출위주의 기업들은 정부에 환율하락으로 인해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만을 높일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의 개발로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을 늘릴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기업인 세트업체들은 환율하락을 이유로 중소 부품업체들에 일방적으로 부품 공급가격의 인하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확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부품업체를 보호 육성해 중장기적으로 세트업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욱기자 swkim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