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 벽두에 이역만리에서 청천벽력 같은 놀라운 소식이 날아왔다. 세계 최대 온라인기업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역시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그룹이 합병을 했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21세기 최대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온라인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간에 이루어진 최초의 합병이자 온·오프라인간의 통합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이 과연 무엇이길래 양대 세계 최대 업체가 미련없이 한몸이 되었는지 의미를 짚어보고 온·오프라인 통합추세에 대응해 국내 산업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5회에 걸쳐 살펴본다.
둘중 하나는 안된다
인터넷이 탄생한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오프라인 기업과 온라인 기업간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존재해 왔다.
온라인 기업은 콘텐츠, 즉 비트(Bit)로 구성된 디지털 상품을 가공하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하는 것이고 오프라인 기업은 보고 만질 수 있는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이같은 경계선은 이미 허물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염진섭 야후코리아 사장은 『인터넷기업이란 없다. 단지 인터넷 적응기업이 있을 뿐이다』라고 파격적인 정의를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막강하고 효율적인 실물 인프라를, 오프라인은 실시간 양방향 마케팅을 가능케 하는 온라인을 서로 필요로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디지털경제에서는 오프라인도, 온라인도 결국 시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해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다만 오프라인의 비중은 줄고 온라인시장의 비중은 높아지기 때문에 경제의 중심을 이루게 될 인터넷 비즈니스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담보해내는 유일한 길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 오프라인상에서 물류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과 오프라인에서 세계 최대 서적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반스앤드노블이 온라인을 통해 책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좋은 예다.
문제는 속도다. 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장 빨리, 그것도 효율적으로 통합해 내느냐가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IT산업에는 소위 무어의 법칙이 인정돼 왔다. IT제품의 성능은 해마다 2배 이상씩 개선되며 가격은 이전 제품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도는 무어의 법칙을 훨씬 능가한다. 인터넷의 1년은 오프라인의 7년에 버금간다는 말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지금은 인터넷 3개월이 오프라인의 7년에 해당한다고들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온라인 업체들은 온라인의 발전속도에 걸맞게 오프라인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또한 오프라인 업체는 도저히 온라인 업체들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닌다.
AOL과 타임워너는 그동안 각각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확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양쪽 다 독자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보완하는 데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며 더욱이 비즈니스 속도에 걸맞게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사의 합병은 이같은 숙제를 한꺼번에 풀 최선의 해결책이자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양사의 전격적인 합병은 이제 세계시장 경쟁이 온·오프라인의 대통합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해준다.
즉 온·오프라인의 통합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유력업체들간 전략적 제휴나 합병이 잇따르고 이를 통해 새로운 거대기업군이 탄생해 세계시장이 이들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같은 도도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경쟁력을 잃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양사의 합병은 오프라인 업체에든 온라인 업체에든 통합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21세기 디지털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촉발될 세계 시장경쟁의 변화는 발아기에 있는 국내 인터넷기업이나 온라인에 걸음마를 하고 있는 오프라인 업계 양쪽 모두의 생존과 발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통합이라는 거대한 태풍에 휘말려 난파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물결을 타고 속도를 높이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