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업체들은 AOL과 타임워너그룹의 합병이 디지털경제로 진입하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면서도, 그 주체가 세계 최대인 AOL과 타임워너라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AOL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해온 삼성물산은 AOL의 급작스런 합병에 적지 않게 놀라워하면서 합작법인 설립건과 관련, AOL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해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그동안 AOL측과 국내 최대 포털서비스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데 상당부분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고 『AOL측의 최종판단이 이번 합병건 때문에 지연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협상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인터파크·메타랜드·신세계I&C 등 인터넷업체들도 「역시 미국기업답다」는 평가다.
인터파크 최상국 이사는 『효율을 중시하는 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최고라는 기득권에 연연해하지 않고 과감히 하나로 합쳐 시너지를 창출하는 경영자세에 무서움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메타랜드·신세계I&C·인터파크 3개사 모두 『물류인프라 확보가 시급한 만큼 합병이 안되면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라도 인프라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은 『온·오프라인 업체간 통합은 예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며 『이번 양사의 합병은 인터넷 산업화의 과도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양사가 오프라인과 온라인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만큼 이번 합병으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없이 단숨에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는 엄청난 시너지효과는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 3대 미디어그룹인 독일의 베르텔스만으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고 시너지효과를 노린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다음은 국내에서도 조만간 이같은 분위기가 성숙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LG상사 이창우 부장은 『디지털 및 인터넷세계의 발전선상에서 볼 때 이제 야후와 같은 단순 포털시대에서 버티컬 포털시대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현재 인터넷기업이 인터넷산업 자체의 양적 팽창에 이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산업의 경험과 노하우가 더해지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지적이다. LG상사는 온·오프라인 통합기업의 등장은 상품제조부터 사용자에게 이어지는 가장 강력한 단일 공급망·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는 시장과 기술을 모두 제공하는 모델로 보고 자체 구축중인 업종별 버티컬 포털의 지향점으로 이번 합병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드림라인의 박원연 상무는 『미래에는 인터넷의 확산으로 온·오프라인간 구분이 없어질 것이며 콘텐츠도 인터넷과 비인터넷 영역으로 나뉘어 제공되는 구분이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드림라인을 포함한 국내 ISP사업자들이 최근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로 인해 점점 인터넷 사업체와 기존 매체간 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박 상무는 『연말께 기존 커뮤니티를 대중화하고 오프라인사업으로 확장하면서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자금을 투입할 대형 인터넷업체들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까지 예견했다.
하이텔 김일환 사장은 『이번 합병은 아날로그 콘텐츠로는 다가오는 지식기반 디지털사회를 지배해 나갈 수 없다는 판단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인프라적인 면에서 가입자 선로의 신속한 광대역화 실현이 아날로그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를 융합시키는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츠닷컴의 이진성 사장은 『결국 사이버 비즈니스도 독점적인 구조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내년부터는 국내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을 놓고 봤을 때 국내의 경우 언론·매체 등 기존 기득권 세력이 뉴미디어 업계와 과연 협력을 통해 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 AOL과 타임워너간 합병은 국내 미디어산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타임워너와 동양그룹간의 관계정립이다. 현재 타임워너는 캐치원·OCN·바둑TV·투니버스 등 4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동양그룹에 자본을 직접 투자하고 있다.
투자형식은 케이블TV 만화전문 채널인 투니버스에 17.5%의 지분을 출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사실상 복합미디어그룹을 꿈꾸고 있는 동양그룹과 전면적으로 제휴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임워너와 동양그룹은 향후 케이블TV 신규 채널 또는 복수 케이블TV방송국(MSO)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폭넓은 제휴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AOL-타임워너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인터액티브 방송솔루션이나 케이블TV망을 활용한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분야에서 양측이 협력할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동양그룹은 위성방송사업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AOL은 미국에서 디지털 위성방송사업자와 제휴해 인터액티브 방송이나 웹TV분야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향후 위성방송분야에서 동양그룹과 AOL-타임워너간 협력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다.
타임워너의 최대 경쟁사인 뉴스코퍼레이션(머독)과 제휴해 국내 위성방송사업을 준비중인 DSM의 반응은 현재로선 매우 조심스럽다.
뉴스코퍼레이션 역시 최근의 방송과 통신 융합화 추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TV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놓고 있다. 따라서 AOL-타임워너측과 머독간에 형성되고 있는 긴장관계가 국내 시장에서도 조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기에다 데이콤의 위성방송 자회사인 DSM측은 AOL과 타임워너간 합병을 교훈삼아 천리안 서비스와 향후 등장하는 인터액티브 위성방송서비스를 결합하는 사업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