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방송시대" 열렸다

 국내 방송산업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합방송법 제정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사의 케이블TV사업 진출 △케이블 SO와 PP간 수직적 결합 확산 △통신사업자들의 방송사업 진출 등이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방송산업이 종전 지상파 위주의 독과점 구조에서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 등이 혼재하는 다채널 산업구조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선 SBS가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케이블TV 골프 채널과 스포츠TV를 인수, 케이블TV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축구 전문 채널의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SBS는 이를 통해 국내 최대 스포츠 전문 복수프로그램공급사업자(MPP)로 부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방송·위성방송 등 뉴미디어 분야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동안 MPP와 복수케이블TV방송국(MSO) 체제로 급속도로 재편돼 왔던 케이블TV업계는 최근 MSO와 MPP간의 수직적 결합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드라마 전문 채널과 홈쇼핑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39쇼핑은 이미 목동의 케이블 SO를 인수한 데 이어 SO의 추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동양그룹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와 제휴해 케이블TV사업을 하고 있는 동양그룹은 현재 캐치원·바둑TV·투니버스·OCN 등 4개 PP를 운영하는 데 이어 게임 전문 채널을 준비중이며 대구 지역 2개 SO를 이미 인수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게 돌고 있다.

 동양그룹의 SO 인수설이 사실이라면 동양그룹은 MPP와 MSO를 동시에 운영하는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동양측은 현재 SO 인수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으나 케이블업계는 30대 기업의 방송사업 지분 제한 규정 등이 완화되면 동양그룹이 SO 인수설을 공식화하거나 SO 인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신사업자인 두루넷도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국내 케이블TV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미 전국 8개 지역의 케이블 SO 경영권 및 지분을 인수, 방송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두루넷은 케이블 SO 인수를 통해 방송사업과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긴밀히 연계해 방송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두루넷 외에도 12일 공식 출범하는 파워콤 등 통신사업자들이 케이블 SO를 인수해 방송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통신과 DSM에서 준비하고 있는 위성방송사업도 국내 방송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합 미디어 그룹을 꿈꾸고 있는 중앙일보·디지틀조선 등 언론사들이 DSM이나 한국통신과 제휴해 위성방송사업에 진출할 경우 국내 방송·미디어 환경은 전면적인 개편이 예상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