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국내 기업 사이에서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올릴 수 있는 컴퓨터통신통합(CT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CTI의 적용범위가 단순 자동응답기능(ARS)에서 전 업무처리의 자동화로 확산되면서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던 기업들은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CTI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CTI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CTI에 대한 표준과 정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CTI 응용분야가 빠르게 확산되고 일반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 통신판매업계 등 광범위한 업종에서 생산성 향상에 없어서는 안될 주요 기술로 간주되면서 지금은 기업 및 개인생활의 일부분으로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보통 회사 사무실 개인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전화기가 놓여 있다. 이는 컴퓨터와 전화기가 업무 처리를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단이라는 것을 대변한다. 컴퓨터는 각종 정보 관리 및 처리에 사용되며 전화기는 음성으로 의견·정보를 교환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 두 영역을 결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증명되면서 통합하려는 노력이 진행됐다.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 바로 CTI다.
CTI는 컴퓨터를 비롯해 교환기, 팩스, 전화기 및 관련 소프트웨어 등 텔레포니가 서로 연결되도록 하는 정보기술과 이를 통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의미한다.
CTI 구현방식은 콜을 컨트롤하는 형태를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퍼스트 파티 콜컨트롤과 서드 파티 컨트롤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전화 중심적인 CTI, 교환기 중심적인 CTI 구현 형태로 불리기도 한다.
퍼스트 파티 콜컨트롤 방식은 전화기가 컴퓨터에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매체에 의해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 사설교환기(PBX)에 연결된 전화 중 컴퓨터와 연결된 하나의 전화기만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
반면 서드 파티 CTI는 전화기가 컴퓨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텔레포니 서버(CTI 서버)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는 교환기와 연결된 모든 전화기와 장비에 대해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 현재 각 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상담원의 전화기와 컴퓨터간에는 아무런 물리적인 연결이 없으나 양자는 CTI 서버를 통해 운영된다. 즉 상담원은 컴퓨터를 통해 전화를 걸거나 보류, 전환, 전화당겨받기 등과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CTI 서버를 통해 교환기에 연결되는 모든 콜에 대해 모니터링 및 통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전화와 컴퓨터를 통합한 CTI 환경이 업무에 적용되면서 사무자동화 또한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CTI의 효용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98년 2월 NTT가 발신자전화번호 확인서비스를 전국 서비스로 확대한 이후 CTI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CTI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물론 90년대초 ARS 중심의 CTI산업이 있었지만 기간통신사업자의 신개념 서비스가 CTI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다.
발신자전화번호 확인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CTI를 적극 도입한 곳은 텔레마케팅업계다. 전화 등 통신매체를 이용해 고객의 구매이력 등 다양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중요한 마케팅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발신자전화번호 확인서비스가 통신비밀보호법에 묶여 상용화하지는 않고 있지만 홈쇼핑업체, 인터넷 전자상거래업체를 중심으로 CTI 적용이 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삼구쇼핑, LG홈쇼핑, 한솔CSN, 신세계백화점, 삼성카드, 해태전자 인켈베스트홈쇼핑, 대상, 코오롱상사, 농협중앙회, 나래이동통신, 서울이동통신, 골드뱅크 등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을 비롯해 씨앤텔, 랭스필드, 스타쇼핑, 수야, 다비컴, 한서물류 등 크고 작은 기업에서 통신판매 수단으로 CTI를 도입했다.
또한 최근에는 단순 전화와 컴퓨터 통합의 기능을 초월해 전화, 컴퓨터, 인터넷 등을 하나로 묶은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가 등장하면서 CTI 보급은 급류를 타고 있다.
특히 인터넷망을 이용한 음성데이터 전송기술인 VoIP는 21세기에 통신혁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정보통신부가 올들어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통신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전국에 산재한 부내 전화망에 VoIP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일반전화망(PSTN)을 이용해 음성, 팩스 메시지는 물론 인터넷 상에서 제공되는 전자우편까지 장소, 시간, 단말기에 관계없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단일한 메일박스에서 통합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UMS(Unified Messaging System) 출현으로 CTI는 생활의 일부분 또는 필수요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