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방송통신의 통합규제

 방송통신 통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얼마전 외국의 거액 복권에 당첨된 주인공이 한국사람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것과는 다른 얘기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서 외국업체가 개최하는 도박장에 들어가 도박하는 것이 합법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외환관리법 안에서라도 국내에서 내국인이 도박을 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통신이 개방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 이제 대부분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소개되고 있다. 북한방송의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되면 어떨까. 한별텔레콤이 캐나다의 자회사를 통하여 위성방송을 한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외국회사의 방송이니 우리 규제를 받을 이유가 없고 편성이 자유로울 수 있다.

 인터넷에 올려지고 외국방송으로 나가는 우리의 프로그램이 국내 방송규제를 벗어난다면 규제를 받는 쪽은 경쟁력이 있을까 의문이다. 시장이 다르니 걱정할 것 없다는 주장이 있다면 스타텔레비전이나 일본의 위성방송을 통해 우리의 프로그램이 방송된다면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캐나다에서 임차한 인공위성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수신할 수 있는 위성도 있다. 외설시비가 있어 영화관에서도 상영을 금지한 영화를 인공위성을 통해 방송한다면 위성안테나를 모두 불법화하기 전에는 막을 수가 없다. 국제방송윤리위원회가 구성되어 모든 나라가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인공위성을 이용한 전파를 막을 수가 없다.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라는 미명으로 전달되는 불건전 콘텐츠의 확산을 방지할 도리가 없다. 통신기록을 통한 사후규제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든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대하여는 오래 전부터 토론해 왔다. 그러나 인터넷의 확산으로 문제가 훨씬 심각해졌다. 국내에서 외국의 위성방송 시청에 대하여 합법성 여부가 모호한 시대에 이미 방송이 아니라 통신을 통하여 모든 콘텐츠가 전달되기 때문에 콘텐츠를 규제하기 위한 미디어 통제는 효력이 없게 되었다.

 아직도 콘텐츠의 문화윤리에 관한 사항은 문화관광부에서, 전파배분문제는 정보통신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중계유선방송의 불법채널 운영과 케이블 텔레비전의 적자해결을 위한 통합방송법 개정에 몇년이 걸리면서 그동안 우리가 띄운 방송위성을 통해 방송을 할 수 없었다. 이제 다시 방송법을 개정하여 인터넷의 방송관련 콘텐츠를 규제하려면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인가.

 규제 면에서만 보면 대책이 없다. 미국은 방대한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방송통신 규제를 담당하고 있으나 규제가 가장 적은 나라이고 이 점이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문화의 윤리의식을 높이 평가할 생각은 없다. 규제를 하건 안하건간에 규제 여부를 검토할 막강한 조직은 필요하다. 기술발전을 이해하는 데만도 많은 기술전문가가 필요하다. 사회윤리분야의 전문가들이 설정한 수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술 전문지식이 있어야 한다.

 방송통신의 규제는 물론 대폭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폐지 이전에 전문가의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방송콘텐츠의 창의성을 살릴 수 있고 불건전한 콘텐츠의 확산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방송은 선택의 문제를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충분한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규제는 공정하게 행해지고 집행이 불가능한 규제는 폐지돼야 사회의 투명성이 유지된다.

 새로 통합방송법이 개정되는 시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기초적인 것부터 새로 검토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기구를 설립하지 않으면 개방된 세계의 문화경쟁에 이길 수 없다.

 우리 문화의 독창성은 외국문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계에 진출시켜야 보존할 수 있다.

 일본영화가 수입되면서 우리의 「쉬리」도 수백개의 일본 영화관에서 상영될 수 있었다. 개방되는 세계에서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 체제를 새로 짜야 한다.

배순훈 KAI ST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