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방송법이 제정되자 이번에는 방송법 시행령 제정을 놓고 방송관련 유관단체와 방송사업자들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방송법이 전체 방송산업의 기본적인 구도를 규정하고 있다면 시행령은 아주 구체적인 부분을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방송관련 단체와 방송사업자들은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시행령이 제정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의 주요 쟁점 가운데 지상파 방송에 관련된 부분을 정리한다.
◇편성규제=방송법은 종합편성을 하는 방송사업자들이 보도·교양·오락 등 장르별로 일정비율 이상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사업자들은 이에 대해 최근 프로그램의 「탈장르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가급적 자율적으로 장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 민방의 타방송사 프로그램 편성 비율도 민감한 부분이다. 지난해 방송개혁위원회는 지역 민방의 타방송사 편성 비율은 50% 이상 하지말 것을 제안했다. 지역 민방은 지역 프로덕션이 전무하고 지역 민방간 프로그램 교환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크게 편성 비율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SBS외에 제2의 민간 네트워크의 출범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방송개혁위의 안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법은 또한 국내 제작 프로그램 의무 편성의 규정을 두고 있다. 비율이 과다할 경우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게 지상파 방송사의 논리다. 국내 제작 영화·애니메이션·대중 음악의 의무 편성 비율 역시 그 취지는 이해하지만 프로그램 수급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확대하자는 게 방송사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영상 콘텐츠 제작업체와 외주업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외주 비율 역시 민감한 부분인데, 방송사측은 20% 미만으로 줄이자는데 비해 독립 제작사들은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시청 시간대 외주 비율에 대해서도 지상파 방송사는 5% 미만을 고수하고 있으나 독립 제작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 발전기금의 조성 및 관리=방송법은 지상파 방송사와 위성방송 사업자로부터 방송광고 매출액의 6%내에서 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 방송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100분의 3수준에서 책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수치는 현행법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어서 반영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사들은 방송 발전기금의 용도를 방송에 국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공익자금을 주요재원으로 운영했던 문화관련 단체와 언론단체들은 계속 지원돼야한다는 입장이다.
◇방송광고=지상파 방송사들은 중간광고의 허용과 총량광고시간제의 도입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간광고의 허용은 그동안 문화부에서 허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으나 시민단체나 언론단체들의 반발이 워낙 드세 시행이 계속 유보되어 왔다.
이번 방송법은 또한 방송 광고공사외에 민간 미디어랩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방송사측은 민간 미디어랩에 대한 방송사의 출자 보장, 미디어랩간 상호 출자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법은 시행령에 의거해 방송 광고물의 사전심의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놓고 방송협회·광고단체연합회 등의 기관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수신료 분배 문제=방송법은 KBS가 수신료를 징수해 EBS에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국고에 의존해온 EBS는 향후 수신료를 주요 운영 재원으로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수신료의 분배 비율을 놓고 KBS와 EBS간 갈등이 예상된다.
◇소유규제=방송법은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간 지분소유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참여는 시행령에 위임해 놓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위성방송 지분총수의 33% 이내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의 다채널 매체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가급적 소유지분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시청자위원회 운영 및 정보공개의 의무=이번 방송법은 시청자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으며 보도채널과 종합채널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시청자단체와 방송사업자간에 정보공개의 범위 및 시청자위원회의 권한을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