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희 호남대학교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정보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활동과 각종 거래가 빛이라는 극히 빠른 전달매체를 통하여 형성되는, 즉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현실공간이 아닌 시공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중심으로 인간생활이 이루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는 인간의 일상 사회생활과 직장생활, 산업과 경제활동의 패턴뿐만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법과 제도, 인간의 의식 등 인류생활의 전반적인 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국가경제 건설을 위해 한국경제개발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소를 세웠다. 이제는 시대흐름에 맞는 새로운 연구원을 국가적 차원에서 설립해야 할 시점에 있다.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에 관한 준비를 전혀 해오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고 현재 우리나라에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없다는 이유 때문도 아니다. 다만 좀더 효율적이고 종합적으로 이를 수행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물결로 우리에게 밀려오는 정보사회를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즉 정보사회로의 역사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에 대비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사회적 기능과 법제도들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의 재산은 오직 지적재산권에 있다.
아이디어·기술특허·예술·브랜드·디자인 등은 토지·철강·목재 등 물질적 재산권보다 그 가치가 훨씬 더하고 전자상거래·원격상에서의 업무처리가 보편화되어가는 세계를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정보사회 구축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은 어쩌면 이 사회가 정보사회로 변천 또는 성숙되어가는 과정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해결될지 모른다.
순기능은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누구에게나 쉽게 발견되고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사회의 촉진 차원에서 정부의 역할은 자유로운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필요할 경우 중요도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해주면 충분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선결해야 할 과제는 새로운 사회가 가져오는 사회적 충격과 역기능의 해결에 있다. 각종 도감청 및 사생활 침해, 사이버 성폭력 등 불건전정보의 범람, 컴퓨터 조작과 해킹 등 여러 문제들이 연일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더해 앞으로 정보의 독점에 의한 재원의 불균형, 부의 새로운 편중, 산업환경과 직종의 급속한 변화, 정보통신 인프라의 안전에 대한 불안, 이를 이용한 각종 범죄의 발생 가능성은 정보사회를 능동적으로 수용해가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생각해 보라. 사람들이 앞으로 정보사회를 두려워하며 정보통신기기의 이용을 꺼려한다면 어떻게 새 시대를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고속으로 달리는 차에 오른 손님이 편안한 마음으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것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차의 방향과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핸들과 브레이크의 성능에 대하여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역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보사회에 대한 두려움은 확산돼 순기능적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역기능 해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정부의 몫이다. 산업사회에서 정부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도로·항만·수도를 건설하고 각종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통하여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사회의 안전과 질서의 유지에 책임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정보사회에서도 각종 역기능을 사전에 대비하고 이를 반영하여 새 시대를 종합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일은 정부의 몫인 것이다.
새로운 세기를 맞는 이 시점에서 새 시대의 준비를 위한 국가 차원의 준비로 인문·자연과학을 어울러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가칭)정보사회연구원의 설립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