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문> 텔리 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했다

조지 오웰 "1984년" 중

 『윈스턴의 등 뒤에서는 텔리 스크린이 아직도 제9차 3개년 계획의 초과 달성에 관해서 지껄이고 있었다. 텔리 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했다. 그것이 매우 낮게 속삭이는 소리가 아닌 한 윈스턴이 내는 어떠한 소리도 그 기계가 잡을 수 있고 그 금속판의 시계(視界)안에 있는 한 소리가 들려지고 모습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어떤 때 감시를 받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떤 시스템으로 사상경찰(Thought Police)이 어느 개인의 선에다가 연결을 하는지는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은 언제나 감시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여하튼 그들은 아무 때나 원하는 대로 누구나 누구의 선에라도 연결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무슨 소리를 해도 들리고 어둠 속에서가 아니면 모든 동작이 면밀한 조사를 받는다는 가정하에서 살아야 하고 또 본능처럼 버릇이 되어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다. 윈스턴은 텔리 스크린에 등을 돌린 채로 서 있었다. 그러는 것이 좀더 안전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구의 종말을 예언한 조지 오웰의 「1984년」은 1949년 그러니까 컴퓨터가 선을 보이고 나서도 3, 4년 지난 뒤에 쓰여진 작품이다.

 종말론은 이미 빗나간 지 오래고 그가 만약 컴퓨터를 잘 알았더라면 「1984」년과 같은 공상소설은 쓰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도 쏟아졌다.

 그러나 잘 보면 「1984년」의 진가는 다른 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에 쓰여진 이 소설의 소재는 정보통신이 매우 발달한 사이버사회다. 위 인용대목들은 컴퓨터와 네트워크 그리고 광섬유 통신이 잘 발달한 오늘날의 상황과 너무 유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