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위성통신.방송> 장비 시장 극복 과제와 전망

 국내 위성통신·방송 관련 장비업체들은 몇년 안에 5조3000억원대의 디지털 위성장비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는 예측에 가슴이 부풀고 있다.

 오는 2005년까지 전체시장 규모가 29조8000억원에 이르고 2010년에는 200조원 이상의 생산기반이 확충될 것이라는 전망 앞에서는 아예 입이 벌어질 정도다.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투자자들이 관련 장비업체들과 서비스업체들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통합방송법이 통과됐으니 수혜주로 떠오르리라는 기대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꿀」을 따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과연 어떤 문제들이 있고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국내 영상산업 여건상 70∼80개 위성방송 채널을 운용할 프로그램이 제대로 수급될 수 있나=한국통신의 무궁화3호 위성은 올해 수명이 다하는 무궁화1호를 대신하게 된다. 이 위성은 총 33개의 중계기(통신용 27기, 방송용 6기)를 탑재했는데 이 가운데서 18개를 활용해 총 168개의 위성방송 채널을 운용할 수 있다.

 한국통신은 당장 42개(지상파 13개, 케이블TV 29개) 정도의 위성방송 채널을 공급할 수 있으나 우선적으로 20∼22개 채널을 운영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위성방송 시험채널 5개, 프로그램 안내나 동일 프로그램을 여러 채널에 공급하는 니어 비디오 온 디맨드(NVOD) 채널을 추가하고 해외 프로그램사업자들을 포함해 약 70∼80개 채널로 초기 위성방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기존 채널을 그대로 재전송(재방송)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청자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틈새채널을 개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영화채널을 국내·예술·최신영화로, 교육채널을 학년·수준·시간대별로, 보도채널도 경제·사회·국제 등으로 세분해 기존 매체와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프로그램 공급업이 승인제에서 허가제로 개편되기 때문에 최소 40개, 최대 100개의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위성방송 프로그램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양하게 분출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양질의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양방향TV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위성방송은 기본적으로 디지털TV이자 양방향TV다. 방송을 시청하면서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간단한 전자상거래나 홈뱅킹을 구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통신·방송의 융합」이요, 「TV와 인터넷의 결합」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로 엄청난 양의 영상콘텐츠를 마련해야 함과 동시에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운용체계(OS)를 개발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위성방송수신기는 무료채널 단순수신형(FTA)에서 유료채널 제한수신형(CAS)으로, 다시 디지털 양방향 통신형 제품으로 거듭나야 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장비업체들은 아직까지 안정적인 CAS형 제품을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방향 방송통신 전용 OS분야에서도 별다른 성과물이 없는 상황이다.

 PC용 위성수신카드도 단순 수신기능 구현에서 탈피해 컴퓨터와 위성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솔루션으로 발전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위성통신·방송 수신비용이 너무 비싼 것 아닌가=일반 소비자가 위성방송을 시청하려면 TV수상기를 제외하더라도 수신설비 구입비, 서비스 가입비, 월 수신료 등 20만원대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TV가 기본 수신료로 월 2500원, 케이블TV가 가입료·수신료·수신기임차료 등을 합쳐 월 1만7000∼5만원, 중계유선방송 가입료·수신료가 월 4000∼3만원인 점에 비춰볼 때 훨씬 비싼 것이다.

 PC를 이용해 위성통신·방송을 즐기기 위해서도 제반 설비 구입비가 40만원대, 데이터 수신전용 PC카드만도 최소 10만원대 비용이 소요된다.

 여기에 통신·방송 서비스 수신료가 월 1만∼3만원씩 추가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만만찮은 부담이 된다.

 따라서 위성통신·방송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수신장비 가격 인하나 임대서비스와 같은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수에 비춰 너무 많은 통신·방송채널이 생겨나는 것 같다. 수요는 충분한가=국내시장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지난 4년여 동안 보급된 위성방송수신기 누적대수가 5만대를 밑도는 실정이다. 그것도 중국 연변지역 한인들의 구입대수를 포함해서다.

 PC용 위성수신카드도 연간 수요가 1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방송법이 통과됨에 따라 국내시장의 부흥을 기대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는 2005년까지 위성장비 내수 규모가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해외시장에 큰 매력이 있다. 매년 평균 7000만∼8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해온 국산 위성방송수신기는 올해 1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용 위성수신카드도 지난해부터 텔리맨, 펜타미디어, 자네트시스템, 유럽·중동·동남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