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1세기 과학기술 미래를 연다 (7)

원자력硏 장인순 소장

 『21세기는 20세기보다 힘들 것입니다. 특히 자원고갈로 인해 인류는 심각한 식량난, 에너지난을 겪게 될 것입니다. 원자력에 대한 연구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야만 합니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종합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소 장인순 소장은 『원자력은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이라며 『미래 정보사회를 주도할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 위상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 소장은 2000년을 「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의 해」로 지칭, 원자력 중흥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장 소장은 원자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야만 국가 산업발전과 국민복지 향상이 이뤄진다는 논리의 「원자력 국가부흥론」을 주장한다. 물론 장 소장의 이같은 주장에는 연구소 정문에 쓰여진 현수막처럼 「준비된 자의 몫」인 「미래」를 얻기 위한 눈물어린 고통의 과정도 포함돼 있다.

 원자력연은 이미 지난 96년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을 한전으로 이관하고 97, 98년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구조조정을 거쳤다. 장 소장은 이러한 시련이 21세기 원자력 중흥시대를 열기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과학기술을 머리로 느끼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는 애정을 가져야 합니다.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을 갖고 대할 때 우리의 미래가 바뀔 수 있습니다.』

 장 소장은 21세기에는 기후협약, 에너지, 환경, 식량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대기중의 탄산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후협약이 발효되면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에너지는 함부로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원자력인 셈이다. 장 소장은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원인 원자력만이 향후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첨단산업이 번창할수록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100여기, 일본이 54기의 원전을 보유하는 등 선진국들의 원전보유대수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도 바로 이같은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의 역할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연구예산을 줄이는 것은 냉전시대에 국방예산을 깎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치권도 과학기술이 미래사회의 원동력임을 확신, 전폭적인 예산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후진국일수록 선진국보다 더 많은 과학기술예산을 투자해야 합니다.』

 장 소장은 과학기술예산과 관련해 투자금액으로 단순비교하는 방식을 질타한다. 예를 들면 미국이 1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한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우리나라는 200만달러를 투자해야 미국과 같은 연구개발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100만달러는 액면 그대로 연구개발에 이용될 수 있지만 기반시설 및 인프라가 미흡한 우리는 연구개발사업을 준비하는 데 시설구축비용 100만달러가 추가로 소모되기 때문이다.

 원자력 르네상스시대를 열기 위해 장 소장은 다양한 연구사업을 추진한다.

 원자로 개발분야에서는 산업체와 공동으로 현재의 경수로 이후에 실용화될 차세대 원자로와 액체금속로(KALIMER)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시설용량 1300㎿급 차세대 원자로는 2007년 이후부터 건설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므로 올해부터 핵심 설계기술 개발에 들어갈 방침이다.

 또 이미 기본모델 설계작업에 들어간 해수담수용 소형원자로(SMART) 개발사업을 지속시켜 2007년 이후 국내에서 실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담수용 소형원자로 개발이 완성되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등 상대적으로 담수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에 기술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98년 캐나다 원전에 시험장전돼 성능이 입증된 개량형중수로(CANFLEX)에 대한 연구도 지속시킬 예정이다.

 이밖에 장 소장은 사용후 핵연료의 차세대 관리공정 개발과 경·중수로 연계 핵연료 사이클(DUPIC)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또 올해 안에 DUPIC 핵연료 소결체 및 조사시험용 연료봉 제조 연구와 「하나로」를 이용한 DUPIC 핵연료 조사시험을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행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구용 원자로 핵연료의 새로운 제조기술은 이미 미국, 프랑스 등 원자력 선진국으로부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연구용 원자로 핵연료의 성능검증을 완료해 전세계 연구용 원자로의 모델 핵연료로 채택될 수 있도록 실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장 소장은 세계적으로 입증된 원자로 운영기술과 연구성과를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 브라질, 대만, 호주 등에 기술 수출을 추진하는 한편 「하나로」를 이용해 중성자 연구, 원자로 및 핵연료물질시험, 방사성 동위원소의 생산에도 적극 활용키로 했다.

 레이저 및 로봇기술을 접목해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연장과 제염 및 해체관련 기술 개발을 강화하며 양성자가속기, 「다이오드레이저 여기 고체레이저」, 화학레이저 개발 등의 민·군 겸용 기술개발사업도 더불어 추진할 예정이다.

 『원자력에 대한 연구는 우리 세대를 위한 연구가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연구주제가 원자력 기술자립이며 이는 강대국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장 소장은 『21세기에는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우리나라를 원자력 강대국, 에너지 강대국으로 만들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