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만네스만의 클라우스 에서 회장은 영국 보다폰 에어터치의 적대적 인수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지금, 오히려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에서는 1340억 달러라는 사상 유례없는 인수 가격을 제시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회사 보다폰의 공세로부터 자사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당근」을 최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 첫번째는 만네스만이 지난해 올린 우수한 경영성적. 에서는 만네스만 통신사업 수익이 같은 기간 70% 증가했고 주가도 145%나 상승했다며 『보다폰과의 합병보다 만네스만을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며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두번째 카드는 사업확장이다. 에서는 지난 14일 미국 이동전화시장 진출과 MCI월드콤·벨애틀랜틱 등과의 전략적 제휴 계획도 잇달아 내놓았다.
에서는 또 『인터넷 사업부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오는 2001년 말까지 수익률을 2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자신을 비롯한 경영진의 월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 그야말로 「배수진」을 친 셈이다.
또 『우리는 260만명의 인터넷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보다폰은 전혀 없다. 인터넷 근처에 가본 적도 없는 보다폰이 우리를 도우러 오겠다니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서는 지난해 5월 회장 겸 CEO에 취임한 후 영국의 오렌지사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지난해 말부터 영국 보다폰 에어터치로부터 적대적 인수라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에서 회장이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지 아니면 보다폰의 공세에 무릎을 꿇을지, 만네스만 주식의 공개 매집시한인 오는 21일을 전후해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