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특별기획> 밀레니엄 대예측 21 (15);밀레니엄 저작권

 문화 콘텐츠의 디지털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음악·영화·연극·공연·사진·서적·디자인 등 각종 문화 콘텐츠가 디지털로 옷을 갈아 입고 동시간대 지구촌 곳곳을 넘나들고 있다.

 정보통신업계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실현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첨단기술을 적용한 네트워크를 속속 구축하는 한편 그 내용물이라 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타임워너와 AOL간의 합병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1세기에는 디지털 문화상품들이 남녀노소를 사이버 세상으로 끌어들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데 큰 몫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사이버 문화 세상의 풍요로움을 누리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 같다. 시장을 선점한 대형 인터넷업체들이 콘텐츠의 유료화를 통해 그동안 쏟아부은 재화에 대한 대가를 거둬들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일본 등지의 선두 정보통신업체들에 의해 가시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이라는 대의적인 명분이 합쳐져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저작권이 개인이나 단체의 창의력이 녹아 있는 각종 저작물(콘텐츠)을 불법복제로부터 보호하고 원활한 유통을 지원해 새로운 창작활동에 재투자가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따라서 21세기에는 이 저작권 영역이 사이버 세계로 확대될 것이며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의 속성상 디지털 저작권의 보호가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들어 미국·일본·EU 등 선진국가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저작권법」은 아날로그 시대에 적용했던 저작권법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시대·사이버 세계에 걸맞게 대대적인 손질을 가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전송권」을 신설하고 음란물이나 불법 콘텐츠의 유통을 방조한 인터넷서비스업체(ISP:Internet Service Provider)에 책임을 묻는 등 저작자와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를 대폭 확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문화상품을 앞세워 자국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한 선진국의 패권주의가 깔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음반협회(RIAA)를 비롯해 AOL·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공룡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디지털 저작권의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단체와 업체들은 디지털음악저작권보호단체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를 구성해 모든 음악 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 유통할 때에는 반드시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기술을 탑재하도록 하는 제도와 장치를 강구하고 있다.

 특히 SDMI 온라인 음악 저작권 보호조치를 미국의 개정 저작권법인 「디지털 천년 저작권법」에 적용, 입법화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SDMI는 현재 디지털 음악파일을 온라인상에서 주고 받을 때 불법으로 복제가 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휴대용 저장장치 등에서 재생할 때도 저작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불법복제방지시스템 탑재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관련업계와 함께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암호화 기술·저작권 워터마킹(watermarking) 기술 같은 최첨단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오는 5월까지는 기술 표준안을 만들어 SDMI 참가업체들을 비롯, 전세계 음반단체·오디오기기 제조업체·인터넷업체 등에 채택을 권고할 계획이다.

 이처럼 새 밀레니엄 시대의 저작권은 저작자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창작의지를 고취시키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기술의 개발과 이를 표준화하려는 업체들간의 선점 경쟁이 더 큰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선진국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아날로그 시대의 저작권법을 디지털 시대에 알맞게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케이블TV·위성방송·인터넷방송 등 신매체의 등장을 고려해 저작자에게 기존 복제·배포권에 이어 「전송권」을 부여함으로써 온라인상의 저작물 불법 유통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정기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예정인 「개정 저작권법」에는 이 같은 흐름이 잘 반영돼 있다. 전송권의 신설 및 침해에 대한 벌칙 강화, 그리고 법정 허락 및 등록업무의 저작권 심의조정위원회 이양 등이 이번 개정 저작권법의 주요 골자다. 특히 멀티미디어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복사기기의 보급 확대로 인해 저작권 침해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저작자의 권리보호를 강화하고 저작물의 이용관계를 개선하는 한편 국내외의 저작권 환경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먼저 신설된 「전송권」 조항은 PC통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저작물을 전송하는 경우 사전에 저작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때 「전송」은 기존의 공연·방송·배포의 개념과는 달리 1 대 1, 이시(異時) 송신, 쌍방향성을 특징으로 하되 「일반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송신의 방법에 의해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자도서관 구축사업」과 관련해서는 공공도서관에서 도서·사진 등의 저작물을 컴퓨터 등으로 복제해 해당 도서관이나 타 도서관으로 전송하는 경우에 저작자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이 마련됐다.

 이 같은 조치와 제도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 저작권법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의 수준을 따라잡아 「지적재산권의 보호 및 저작물의 원활한 유통」이라는 당초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저작권법이 새천년 문화산업의 기본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달과 급변하는 저작권 환경 그리고 국내 현실에 상응하도록 계속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하며 관련시행령 및 시행규칙 마련에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