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1세기 과학기술 미래를 연다 (8)

기계연구원 황해웅 원장

 기계연도 여느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연구소를 평생직장으로 여겼던 많은 직원들이 떠났고 선박해양연구센터가 해양연구소로 이관되는 등 경제불황에 따른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2000년은 그동안 겪은 변화와 조정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체제를 갖추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가장 급한 업무는 연구원과 국민에게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의식을 심는 작업입니다.』

 한국기계연구원 황해웅 원장은 과학기술인프라 구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황 원장은 10대부터 5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과학기술 마인드 조성, 원급 연구원부터 책임급 연구원들이 밤을 새워 연구개발에 매달릴 수 있는 동기부여를 강조한다.

 이는 황 원장이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출발해 기관장을 역임하면서 몸에 밴 과학기술의 마인드와 직결된다.

 황 원장은 국방과학연구소 재직시절 발칸포 등 굵직한 무기 국산화사업에 참여하면서 과학이 국방·사회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몸으로 체득했다.

 때문에 황 원장의 외모에서는 군인냄새와 과학자 냄새가 적당하게 배어 있다. 이를테면 능력면에서는 과학기술 마인드로, 정신면에서는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과학기술전사」와 같은 모습이다.

 『지난 40년간 구축돼온 과학기술문화는 어려운 환경에서 잘살아보겠다는 의지, 과학기술이 아니면 영원히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반성에서 형성됐습니다. 21세기는 이와는 다른 과학기술문화 정립이 필요합니다.』

 황 원장이 21세기를 맞아 준비하고 있는 것은 기계·재료 분야에 대한 정밀 수요조사다. 실용화사업 중심의 기계연으로서는 사회에서 어떠한 기술을 원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 연구과제를 만들어내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황 원장은 환경·기계·구조안전·초정밀기계·첨단소재 분야의 세부 연구과제를 발굴해 급변하는 기술발전 및 수요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계연이 추진중인 전략은 첫째 환경·기계·소재 등 전문화분야를 중심으로 대형과제를 도출해 국가전략 연구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됐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개발사업」의 실용화 사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황 원장은 연구 차원의 열차개발보다는 실제 수요처에서 어떠한 모델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조사한 후 그에 맞는 실용화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또 「항공우주부품·소재 공동연구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확충 및 활성화」 「PDP(Plasma Display Panel) 생산장비 개발」과 「반도체관련 핵심부품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그동안 축적된 첨단 환경관련기술을 바탕으로 「도시폐기물 열분해 용융처리시스템 개발」 「청정연료이용 저공해엔진 개발」 등 환경분야 연구를 강화한다.

 21세기에는 더욱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요구가 증대할 것이며 이에 대한 기반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기술종속국이 되고 말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항공우주재료기술 개발」 및 「제조공정기술 개발」 「대형건축물, 교량 등에 대한 내진 안전성 시험」 「원전기기의 내진검증사업」 등 방재관련 시험평가기술에도 연구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기술발전 및 연구개발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최근의 기계산업은 기계의 인간화, 기술의 융합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 출현에 대비해 연구소내의 기술동향조사 및 연구기획사업을 체계화시킬 것입니다.』

 황 원장은 이같은 조사를 토대로 국내외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중기전략」을 수립키로 했다.

 이러한 중기전략에는 도시쓰레기 소각로, 해수담수화프로그램, 저공해 시스템 개발 등 기술수출, 수입대체를 위한 세부과제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개발계획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풍토병과 싸워야 하는 어려움도 들어 있다.

 이에 대해 황 원장은 『기계성능면에서는 세계적이지만 신뢰성면에서는 후진국 수준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헤쳐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실용화 과제와 장단기 과제를 선별, 연구비를 체계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기업체의 기술력 향상에 투여해야 함을 잊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창업보육센터 등을 통해 기계분야 신기술창업을 활성화하고 보유기술의 산업체 이전에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 기술이전 전담반을 구성해 기업체의 필요기술 수집, 지원기능을 대폭 강화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황 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된 직장분위기』라고 거듭 강조한다. 우선 관리의 효율화를 통해 재정자립을 꾀하며 대형사업 추진시에도 한시적 추진조직을 만들어 고정경비를 절감할 예정이다.

 이밖에 연봉제, 능력·성과급제를 계속 보완 정착시키면서 공정한 실적평가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