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산업전자.부품 시장 10대 변수 (10.끝)

대북경협

 96년 이후 물꼬가 트인 국내 전자업계의 북한교류사업은 최근 정부가 남북경제교류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있는데다, 북한의 경제개방 추세와 국내업계의 적극적인 사업의지 등에 힘입어 교류품목이 기존의 섬유제품에서 전자·전기부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통일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교역품목에서는 아직 섬유류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모니터용 인쇄회로기판(PCB), TV스피커, 필터, 코일 등 전자부품 분야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전자부품업체들의 대북 사업형태는 위탁가공 교역사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업체별로는 아이엠알아이를 비롯해 삼화텍콤·세광테크노전자·성남전자공업·극동음향·한국단자공업·제일물산·혜성전자 등 약 10개 업체가 가세하고 있다. 특히 현재 전자 분야 대북 교류업체 중 부품관련 업체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일부 업체는 그동안 기술지도와 위탁형태의 임가공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존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넘어 완제품 생산을 추진하는 동시에 현재 내수시장 공략을 추진하는 등 협력사업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전자업체들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 품목과 사양품목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옮기거나 이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업체들은 북한이 값싸고 질좋은 노동력, 언어·문화의 동질성, 지리적 인접성, 세제혜택, 숙련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최적의 임가공 생산기지로 판단하고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북한측도 선진기술이 도입되면 전자 분야를 비롯해 낙후된 경공업 분야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한기업들의 대북 위탁가공교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98년 평양에 모니터용 PCB 공장을 설립한 아이엠알아이는 PCB를 현지에서 조립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이와 함께 평양에 2월 말까지 모니터 완제품 공장을 설립하고 양산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세광테크노전자는 지난해 말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합작해 전자제품에 내장하는 코일류의 임가공 생산계약을 체결, 이달중 평양 인근 대동강 지역에서 생산설비 구축에 들어가 다음달부터 시험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금형업체인 동화정밀금형도 지난달 말 삼천리총회사와 임가공 생산계약을 맺은 데 이어, 3월까지 설비구축을 마치고 공장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부품업체인 성남전자공업은 지난해 200만달러를 투자해 대동강 지역에 오디오카세트 테이프 임가공 라인을 구축, 지난해 말 첫 제품을 생산해 국내에 들여왔다. 혜성전자도 시그널 케이블 임가공 공장 설립을 추진,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디오 부품업체인 극동음향과 가전기기 부품업체인 삼화텍콤 등 기존에 북한에 임가공 형태로 진출한 업체들도 앰프, 냉장고용 라인필터 등 새로운 품목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98년 남북 경제교류 관련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남북협력기금의 대출금리를 연 6%로 낮춰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해 6월에는 위탁가공을 위한 대북 설비반출 승인제도를 폐지하고 반출입 승인을 요하는 품목을 크게 축소해 남북교류 분위기를 돋웠다.

 통일부 교류협력국의 한 관계자는 『전자부품 분야 대북 위탁가공교역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남북 모두 위탁가공교역이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의 기술·생산협력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제 몇 걸음을 내디딘 남북간 전자부품 생산·기술교류는 앞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당국간 제도적 장치의 미비와 과도한 물류비용, 북한정보 접근에 대한 어려움, 통신장애, 북한 근로자에 대한 기술지도의 어려움, 품질불신 등이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온기홍기자 khohn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