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석 성지인터넷 사장
최근 쓴웃음을 짓게 하는 한 언론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4500만명이 모여 사는 우리 나라의 총 주식가액이 미국의 15만명 남짓 되는 1개 업체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광활한 영토와 세기적인 지도자를 수없이 배출한, 무한 자원을 보유한 초강대국의 위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가슴에서 치미는 억울함 역시 누를 수 없었다.
지난해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는 코스닥시장에 불어닥친 바람이었다.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인 만큼 이에 대해서는 각자의 입장이 존재할 수 있고 또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실제 많은 의견이 대두되고 있고 이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즉 우려의 목소리와 진정한 방향의 선택이라고 환호하는 목소리가 교차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후자에 찬성표를 던지고 싶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전제로 옥석에 대한 확실한 구분은 필요하다.
일찍이 큰 세상에 눈을 뜨고 도전한 세력이 쟁취한 지식기반 권력이 분별 없는 벤처기업과 기업가의 방탕으로 상쇄돼서도 안되고 엉터리 위장 벤처기업에 의해 분탕질쳐져도 안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식」으로 와전돼서도 안된다. 구시대적 발상인 관리형 벤처국가론은 21세기에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100여년 전 우리 선조는 밀려오는 산업사회의 신문명을 서양 오랑캐로 비하하면서 선각자를 배척했고 그 결과 스스로 비운의 질곡 많고 서러운 역사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역시 그와 같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주요 명제는 디지털 오픈 네트워크의 거대한 실험에 동참하는가 아니면 뒷걸음치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세계 기축통화의 단위와 가치의 척도는 달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년 전은 영국의 파운드였을 것이다. 달러가 세계 기축화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고의 경제정책을 펼친 장본인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었다.
반면 같은 시대를 살았던 처칠 수상은 파운드를 가치의 척도로 만들지 못했다.
이후 수십년동안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머리를 받아들여 지식에 기반한 부의 가치를 창출했으며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지구상에서 가치는 달러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시절을 겪으면서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정책입안자들에게 부탁하건대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국가 경영정책은 모두가 벤처국가론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새 천년을 바라보는 지금, 각자의 분야에서 신기술과 비즈니스 커뮤니티 개발에 몰두하는 벤처의 세계가 태동하고 있다.
우리 국가의 가치가 선진국의 일개 기업가치와 비교되는 일을 막기 위해, 세계 시민사회 건설에 동참하기 위해, 어떠한 역경과 고난이 있더라도 벤처국가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들은 그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 진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우뚝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