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오르내리지 않더라도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 실정에서는 자동차회사나 소비자 입장에서 적은 기름으로 멀리가는 것이야말로 공통된 바람이다.
더구나 본격적인 고유가시대에 진입하는 우리에게는 고연비 자동차 개발은 바로 돈이다. 특히 고유가시대에도 제품을 팔아야 하는 자동차회사들에는 더욱 절실한 과제다.
고유가시대는 지금까지 기름걱정 없이 살아온 선진국들에도 큰 충격을 주는 모양이다. 자동차회사의 간판스타인 미국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새해 들어 적은 기름으로 멀리가는 자동차를 개발하느라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다.
새 세대 자동차를 위한 공동협력(파트너십 포 어 뉴 제너레이션 비클)프로그램은 80m/g을 내는 5인용 시험차량을 2004년까지 개발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 정부와 자동차회사의 고연비 자동차 개발프로그램.
올해 이 프로그램에는 미 정부가 2억4000만달러, 포드·GM·크라이슬러 등 자동차회사가 공동으로 9억8000만달러의 연구비를 투입한다.
그러나 연구팀이 제시하고 있는 수소연료세포를 이용하는 방안은 비용이 현재 내연기관 엔진에 비해 10배 이상이 들고 액화 수소를 영하 430도로 얼려야 한다는 것 등의 몇 가지 난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전기모터와 결합된 발전된 디젤엔진으로 트렁크 안에 배터리를 설치한 후 전기모터를 이용해 가속할 때는 힘을 더해주고 정지할 때는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현실적인 아이디어다.
포드자동차는 이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이용해 70m/g 이상을 내는 「프로디지」라는 시험용차량을 선보였다.
포드는 4기통의 작은 터보엔진과 트렁크의 배터리에 연결된 전기모터를 이용하고 마그네슘, 티타늄 등을 사용해 차량무게를 1000파운드 정도 줄였다.
GM은 6년 동안 수억달러의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한 끝에 80m/g의 성능을 내는 포드보다 성능이 약간 우수한 5인승 시험용 차량 「프리셉」을 내놓았는데 캠코더가 사이드미러를 대신하고 문은 전자식으로 작동하게 설계했다.
「프로디지」가 현재의 중형 세단의 기본 틀을 깨지 않으면서 70m/g 정도의 연비를 내는 데 반해, GM의 기술자들은 10m/g을 더 얻기 위해 3기통 엔진을 장착했고 전기모터 하나로 앞바퀴를 구동하고 제너레이터와 함께 디젤엔진에 조립된 또다른 모터는 다목적 유닛으로 시트 아래에 장착된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특히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테레오 스피커도 가벼운 디자인을 채택해 무게를 460파운드 정도 줄였다.
그러나 이들 시험용 차량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족하지는 못한다. 이는 효율이 좋은 디젤엔진일수록 스모그의 주요성분인 산화질소를 더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자동차회사들은 고유가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기름값이 오르면 또다시 힘없는 서민들만 뚜벅이족으로 변신해야 할 것 같다.
정창훈기자 chjung@eten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