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과학 광장> 바이러스는 어떻게 침투할까?

 감기바이러스 등 각종 바이러스는 어떻게 해서 인간의 몸 안에 침투할까. 도둑의 침입장면을 촬영하는 것처럼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는 순간이 3차원 형상으로 재현돼 변신의 귀재인 감기바이러스도 그 정체가 밝혀질 날이 멀지 않았다.

 미국 퍼듀대학과 뉴욕주립대학 연구팀은 소아마비의 원인이 되는 폴리오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기 위해 결합하는 장면을 분석해 감기의 원인이 되는 리노바이러스의 침입과정과 비교했다.

 피코르나바이러스군에 속해 비슷한 크기와 구조를 가진 이들 두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입할 때는 각각 서로 다른 수용체를 사용하는데 두 수용체는 유사한 구조이며 바이러스 껍질의 비슷한 부분과 결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침입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고해상도의 저온 전자현미경 영상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들 연구팀은 지난 86년 처음으로 이 방법을 사용해 리노바이러스가 ICAM­1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밝혀낸 적이 있다.

 폴리오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에 있는 수천종의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CD155라는 단백질을 수용체로 사용하는데 세포 하나당 표면에 수천개의 CD155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단백질은 물론 고유한 생리적인 기능을 나타내지만 바이러스는 이러한 세포표면 단백질과 결합함으로써 세포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하나의 단백질로 이루어진 CD155는 세 개의 부위로 나누어져 있는데 연구결과 바이러스는 이 단백질의 가장 바깥 부위와 결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리노바이러스와 폴리오바이러스는 모두 껍질에 깊게 패인 골짜기가 있는데 이들의 수용체인 CD155는 모두 이 골짜기 부위와 결합하게 되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때 껍질을 벗어버리도록 하는 과정의 시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들 두 바이러스는 각자의 수용체에 약간 다른 방식으로 결합하는데 예를 들면 CD155는 자신의 튀어나온 부분을 이용해 바이러스 골짜기와 결합한 상태에서 비스듬히 빠져나오면서 바이러스 표면과 접촉하지만 ICAM­1의 경우에는 바이러스 표면과 직각으로 결합한다.

 또 두 수용체는 서로 다른 탄수화물을 포함하고 있어 바이러스의 인식에 서로 다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바이러스 결합과정을 역으로 조절함으로써 선택적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정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