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이야기.」
「200살 된 사람」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바이센테니얼 맨」은 미래의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는 로봇의 행복한 일대기다. 기계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역설적으로 빗대는 이야기 솜씨는 불로장생을 비웃으며 죽음마저도 인간의 「고귀한 특권」으로 만들어버린다.
「미세스 다웃 파이어」로 이혼가정의 부권을 부르짖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로빈 윌리엄스는 이번에도 가족을 중심에 둔 사랑과 회귀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200년을 살아온 주인공 로봇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고, 늙어가는 애인을 위해 「인간」이라는 새로운 종으로서의 변신을 결심하게 된다는 내용. 나열된 에피소드의 신선함이 부족하고 폭소를 자아내는 매콤함은 없지만 크림수프 같은 달착지근한 유머가 간간이 편안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까운 미래의 한 중산층 가정. 이제는 비교적 일상화된 가정부 로봇 「NDR114」가 샘 가족에게 배달된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약점을 이용해 큰딸이 짓궂은 장난을 하자 샘은 NDR114에게 앤드루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를 가족으로 대해준다.
어느날 작은딸을 달래주기 위해 앤드루가 만든 나무조각상을 보고 가족들은 앤드루에게 일반 로봇과는 다른 그 「무엇」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앤드루가 호기심과 감정을 갖게 된 이유는 조립과정중 엔지니어가 실수로 떨어뜨린 마요네즈 때문. 제조회사는 로봇으로는 불량품인 앤드루를 해체해 보길 원하지만 샘 가족은 그의 장점을 살려주기로 한다. 앤드루는 밤마다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것들을 학습하게 되고 조각품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세월이 흘러 샘이 죽고 설레임을 알게 해주던 작은딸마저 결혼하자 앤드루는 자신과 같은 로봇을 찾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난다. 몇십년 후 앤드루는 인공피부를 이용해 사람의 외모를 한 채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가 사랑했던 작은딸은 이미 할머니가 되어있다. 그러나 그녀를 쏙 빼닮은 손녀 포사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결심한다.
사실 초호화 스태프가 포진했지만 「바이센테니얼 맨」은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에 거는 기대감과 유혹을 충족시키기엔 왠지 밋밋하다. 그의 화려한 개인기는 로봇 속에 감춰져 곰삭은 감칠맛을 느끼기에 역부족이고, 기계에 바쳐지는 과도한 애정이 인간의 이기심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우연한 실수로 마음을 갖게 된 앤드루가 인간의 장기를 고안해내고 그로 인해 성생활과 식생활, 그리고 죽음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유머가 그리 살갑게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