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 삼성SDS 사장
184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금이 발견된 이후 「골드러시」라는 말이 크게 유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 러시」의 시대를 맞았다.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야후의 제리 양이나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등 인터넷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화젯거리다.
인터넷 이용자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3억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만 해도 이미 인터넷 인구 1000만시대를 맞았고 올 연말이면 2000만에 육박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규모도 2003년이면 1조3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 세상은 곧 디지털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테이프 없는 카세트, 필름없는 영화관, 책없는 도서관 등을 생각해보라.
일본 소니사의 CEO인 이데이 노부유키는 『과거 25년이 디지털의 도움닫기 기간이었다면 향후 25년은 디지털의 폭발기가 될 것이며 2010년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럼 디지털시대란 어떤 시대인가. 디지털 기술과 문화가 꽃을 피우는 시대, 사이버·네트워크·모빌이 키워드인 시대, 환경이 불연속·불규칙하게 변하는 시대, 개인의 독자영역과 특이성이 존중받는 다원화시대, 승자와 패자가 수시로 결정되는 시대, 수확체증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대, 속도·유연성·개방성이 필요한 시대, 풍부한 상상력이 자산인 두뇌전쟁의 시대, 서로 화합하고 더불어 사는 상생의 정신이 필요한 시대,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는 또 정보사회라는 말과 같다. 정보사회는 사회기반의 중심이 정보와 지식으로 이동한 사회다. 토지·노동을 기반으로 한 농경사회와 자본·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사회를 거쳐 이제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정보와 지식에서 나오고 있다.
정보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공간의 무한축소와 무한확대가 동시에 실현되는 사회다. 디지털 신경망 구축을 통해 누구나 빛의 속도를 이용할 수 있다. 백과사전 33권을 전송하는 데 팩스로는 13시간이 걸리지만 광케이블로는 4분이면 된다.
정보사회는 생활양식도 바꾸고 있다. 전화, 라디오, TV가 전기문명의 3총사였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오락이나 정보교환이 이루어진다. TV보다 컴퓨터를 선호하고 「전화하세요」라는 말보다 「E메일하세요」라는 말에 더 익숙한 이른바 N세대가 등장했다.
사회의 전반적인 성격도 소프트화하고 있다. 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 한국일보 장명수 사장 같은 여성 리더들이 등장하고 있고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융합, 용해되는 퓨전시대를 맞았다. 실력을 중시함으로써 10대 사업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少益富 老益貧 현상이 심회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사회는 고객의 시대다.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결정하는 프로슈머가 등장했다.
업종의 경계도 붕괴되고 있다. 백과사전 1위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카르타」다. 영국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4위로 전락했다. 인터넷 1위 업체인 AOL과 미디어 1위 업체인 타임워너가 합병해 자산규모 3500억달러에 이르는 사상최대 규모의 회사가 됐다.
또 기회선점의 시대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5개 회사가 전체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누구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이기도 하다.
정보사회는 유통혁명의 시대다. 중간상이 사라지고 고객과 일대일 접촉을 통해 시중가격보다 30∼40%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내 어느곳이든지 24시간내 배달된다. 배송업체도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다. 미국의 배송업체인 페덱스는 원스톱 배송체계를 갖추고 있다. 화물추적시스템인 코스모스와 휴대형컴퓨터인 슈퍼 트래커로 2만명의 인력대체 효과를 보고 있다.
정보사회는 네트워크의 위력이 증대되는 사회다. 글로벌 네트워크 경영으로 핵심역량 위주의 차별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이다. 또 강자간의 연합이 증대되고 있다. 앞서 말한 AOL과 타임워너의 경우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NBC의 연합이 그 예다.
정보사회는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심화되는 사회다.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거나 경쟁패자에게도 부활의 기회가 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 승자 독점의 시대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종간·계층간·지역간 인터넷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산업사회의 빈부격차만큼 심각한 정보격차가 발생, 20대80의 사회가 됐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제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디지털시대에는 CEO의 비전과 결단에 따라 기업의 부침이 좌우된다. 미국 투자가들의 77%가 CEO의 이름을 보고 투자한다. 투자회사를 평가할 때 CEO의 가치에 35%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CEO의 가치가 기업의 가치보다 큰 시대다. 잭 웰치, 칼리 피오리나, 마이클 델, 이데이 노부유키, 손정의 등을 보라.
CEO의 첫번째 책무는 트렌드를 읽는 것이다. 새로운 조류에 편승하는 것이 장기적 성장의 필수조건이다.
기류를 이용해 알바트로스는 3만9980㎞를 비행한다. 실패에는 관대하더라도 실기(失機)에는 엄격해야 한다.
변화의 흐름을 꿰뚫고 조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다. CEO는 위기에 처했을 때 결단을 내려주는 역할도 있지만 멀리 보고 돌파구를 제시함으로써 희망을 주는 일이 핵심인 것이다.
또 CEO는 창조적 파괴를 단행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기업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어느 CEO는 『선대 CEO를 대단히 존경하나 참고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GE의 웹사이트 중에는 「DestroyYourbusiness.com」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전통적인 CEO와 ECEO를 비교해보자. 전통적인 CEO는 의욕을 북돋우지만 ECEO는 복음을 전도한다.
전통적 CEO는 정보기술에 문맹이지만 ECEO는 박식하다. 이밖에 전통적 CEO는 빠르게 움직이고 모호함을 싫어하며 첨단기기 등장에 불안해 하지만 ECEO는 더 빠르게 움직이고 모호함을 좋아하며 첨단기술에서 고립될 것을 걱정한다.
전통적인 CEO가 평균 57세에 부자가 됐다면 ECEO는 평균 38세에 아주 부자라는 것도 차이다.
결론적으로 정보사회, 디지털시대의 CEO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것이다.
인터넷과 디지털시대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가.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정보와 지식으로부터 나오는가.
지적재산의 관리 수준은 어떠한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스피드 경영을 하고 있는가.
고객관리에 대한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 사원의 창의와 열정이 살아 숨쉬는 조직문화인가. 핵심역량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형 경영체제를 가지고 있는가. 확고한 비전과 창조적 파괴능력을 지닌 CEO인가.
정리=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