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프트웨어(SW) 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SW 벤처기업들은 벤처캐피털, 에인절 투자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을 넘는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모 업체 사장은 『기반기술이 있거나 아이디어만 좋으면 10억원 정도 확보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며 『지금 자금을 유치하지 못하는 업체는 바보라는 말이 생길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말 그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SW업계에 투자자금이 대거 흘러들고 있다. 물론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는 「묻지마 투자」가 SW분야까지 확장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게다가 이렇게 유입된 자금을 연구개발과 시장개척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호화로운 사무실이나 빌딩을 사들이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엉뚱한 곳에만 쏟아붓는 벤처정신 실종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최근 SW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활발한 자금유입으로 국내 SW산업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어 상당히 긍정적이다. 이제까지 많은 SW업체가 제품을 개발해놓고도 자금력이 부족해 후속제품을 내놓지 못하거나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이 없어 고사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 자금은 가물에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를 비롯해 한국정보공학·한국컴퓨터통신·티맥스소프트·하우리·유니소프트·지란지교소프트·영림원·IMS시스템·DIB·리눅스코리아·라스21·사이버다임·위세정보기술 등 국내 SW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들은 물론 최근 1∼2년 새 출현한 신생기업까지 자금유치로 활발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분야 또한 데이터베이스(DB), 미들웨어, 리눅스, XML 등 시스템SW와 기반기술 분야에서부터 전사적자원관리(ERP),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지식관리시스템(KMS) 등 고부가가치의 애플리케이션 부문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있어 국내 SW산업 기반을 다시 닦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투자를 받은 상당수의 벤처기업이 유사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파트너사나 잠재성이 높은 분야의 다른 벤처기업에 재투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벤처업체 사이에 탄탄한 연결고리가 생겨나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최근 들어 투자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추세다.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 IMS시스템, 한국정보공학, 티맥스소프트 등은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으며 5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이끌어낸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는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SW분야의 높은 부가가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투자 심사관들조차 SW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이 분야에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SW 업체는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신제품과 솔루션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전략적인 마케팅과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 2∼3년 안에 세계적인 SW업체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어 이들의 움직임이 향후 국내 SW산업과 해외시장에서 어떤 결과물을 낳을지 주목된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