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특별기획> 밀레니엄 대예측 21 (18);인공생명

 미 텍사스대 게놈과학기술센터 글렌 에반스 교수는 지난 23일 합성유기체를 만들 수 있는 인공DNA를 세계 최초로 만드는 데 성공, 앞으로 2년안에 새로운 유기생명체가 인간의 손에 의해 탄생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에반스 교수팀은 박테리아의 핵심 유전자 구조를 복사해 합성유기체를 창조할 예정이라며 이 합성유기체가 생존과 증식을 할 수 있을 경우 인간이 만든 첫 생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합성유기체가 특정기능을 보유하지 못하나 컴퓨터 조작을 통해 유전자를 변형, 원하는 기능을 가진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조만간 복합적인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간이 21세기에 강력히 도전하는 분야 중 하나가 인공생명 분야다.

 DNA가 실체를 드러낸 지 반세기도 채 안돼 생명의 비밀이 하나 하나 벗겨지고 있다. 생명의 비밀이 벗겨진다는 것은 생명복제 또는 생명창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제양 돌리를 시작으로 체세포 복제를 이용한 생명창조가 눈앞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원숭이 복제에 성공, 인간 복제도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면 언제든지 가능해 조만간 자신을 복제한 후 성장과정을 관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추진중인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인간 유전자의 총염기쌍 30억개 가운데 10억개에 대한 해독-배열작업이 완료돼 공공DB로 활용되고 있으며 적어도 2003년께에는 30억개나 되는 인간 DNA의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DNA의 유전자를 바꿈으로써 「팔자가 뒤바뀌는 시대」에 접어들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인공생명은 이같은 생명공학의 기술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하면서 정보통신·신소재기술과 함께 21세기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핵심기술로 등장하고 있다.

 역사상 최대인 30억달러의 연구비와 인원·시간이 소요되는 거대 연구프로젝트인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중국 등의 총 16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게놈(유전체)이란 모든 생명체의 유전정보는 DNA안에 정해진 형식에 따라 수록돼 있는데 유전체는 이 DNA를 담은 염색체의 집합체다.

 DNA는 아데닌·구아닌·시토신·티민 등 4가지 염기조합으로 이뤄진 이중나선구조를 하고 있으며 이들이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인간의 모든 유전형질이 결정된다.

 인간 유전자를 완전해독하고 그 역할을 규명하면 유전에 의한 출생결함과 암·심장병 등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료돼 유전자지도가 완성되면 생명공학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컴퓨터나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센서들을 이용한 제어시스템 등 모든 것이 인간의 원리를 모방한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놈프로젝트의 주 연구목적인 인간의 질병예방·치료라는 직접적인 효과는 물론 반도체·정보전자·컴퓨터·정보통신·제어시스템 등 모든 공학분야에 혁신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간접적인 산업유발효과도 크다.

 직접적인 효과로 가장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최근 제약회사는 물론 생명공학회사들이 한창 개발중인 인공피부다.

 화상환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공피부는 현재처럼 자신의 피부를 일부 이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체세포를 소나 돼지의 피부에 필요한 만큼 증식시켜 환자의 환부에 이를 이식시킨 후 분석한 환자의 DNA를 조작해 인공피부안에 혈관을 생성시키도록 함으로써 완벽한 이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인공생명은 인간의 오감 등 생체시스템의 다양한 기능들을 인위적으로 모방해 이를 산업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생체모방기술(Biomimetic Technology)」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재 생체모방기술을 산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활발히 연구하는 분야는 △바이오칩 △분자인식 방식의 생물분리기술 △초고감도 바이오센서 등 전자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중 바이오칩 분야는 미국 애피메트릭스가 유전자칩 또는 DNA칩을 상용화함으로써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DNA칩은 인간게놈분석프로그램에 따라 분석한 정상적인 DNA 정보를 반도체칩에 기억시킨 후 칩을 각 개인의 생체에 이식해 주기적으로 자신의 DNA와 이를 점검, 발병여부를 사전에 탐지해 질병을 예방하는 데 주로 사용되며 10년 이상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인공생명 분야의 연구는 인공장기 분야다.

 국내외에서도 인공관절·인공팔·인공다리 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팀은 컴퓨터를 내장한 소형 캠코더와 눈의 망막 뒷부분에 이식할 바이오칩으로 구성된 인공시력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 수년안에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시스템은 망막에 소형 전극봉을 일시적으로 이식한 후 이를 눈밖의 컴퓨터에 연결해 여러 물체를 나타내는 충격파를 보내 시신경을 인공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원리를 적용한 것으로 연구팀은 현재 안경에 이를 부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그러나 이런 제품을 개발하려면 우선 뇌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뇌기능을 해명하는 것은 치매 등 난치성 뇌질환의 치료는 물론 인공지능로봇과 신경망칩 등 미래산업분야에 응용할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뇌연구는 인간의 뇌기능과 정보처리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사고과정과 유사한 지능적 정보처리기술을 신경회로망에 응용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그러나 뇌연구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태동기에 있는 미지의 연구분야로 인지과학과 정보기술 등 다양한 학문과의 융화가 절대 필요하며 경제·사회·기술적 파급효과가 대단히 큰 분야다.

 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의 하나인 정보처리기능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등장할 분야가 인간의 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슈퍼인텔리전트칩의 등장이다. 사람처럼 자신이 취해야 할 기능이나 행동을 스스로 인식하고 추론이 가능한 자기증식기능을 갖고 있는 이 칩이 개발되면 고성능 컴퓨터, 신경망 네트워크, 인공지능산업 등 새로운 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일반적으로 1000억개의 뉴런(신경)이 얽혀있어 인간의 뇌를 닮은 신경망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생명공학기술이 본격 상용화되는 시기는 2015년 이후 암·치매·에이즈 등 의료 분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뉴로컴퓨터·인공뇌·바이오센서 등이 본격 등장하는 것은 205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90년대 후반들어 막 시작된 뇌연구는 신경세포를 비롯해 인간의 뇌전체가 어떤 절차나 메커니즘에 따라 사물을 판단·추리·예측하는지를 알아내고 그다음 규명한 메커니즘을 광(光)·퍼지·초병렬처리 등 각종기술을 통해 대체품을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뇌의 특정부위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파악하면 상당부분 뇌의 신비가 풀어지고 21세기안에 인공뇌를 장착한 「사이보그」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 ung @etenws.co.kr